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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기구금' 민청학련 피해자에 최대 8억 배상 판결

한광범 기자I 2018.11.15 17:11:10

민주화보상법 위헌결정 이후 ''정신적 손해배상'' 첫판결
"정신적 피해 배상해야"…피해자 가족에도 위자료 지급
"국가기관이 인권침해…가족들도 사회서 불이익 당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박정희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에게 법원이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총 100억원이 넘는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민주화보상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는 15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 나병식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등 피해자 11명과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5억~8억원 등 총 10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일부 공제해 손해배상액수로 인용된 금액은 총 95억원이다.

민청학력 사건은 지난 1974년 격렬해지는 유신 반대운동에 위기를 느낀 박정희정권이 이를 타계하기 위해 조작한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이다. 박정희정권은 지학순 주교 등 재야세력 인사들과 대학생 등 180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배경에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가 있다며 관련자들을 구속한 후 재건위 주동자로 지목한 6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나 전 이사 등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군사법원에서 징역 5~20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 중 김효순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을 제외한 10명은 이듬해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내외의 비난 여론에 밀려 석방할 때까지 1년 가까이 복역하다 석방됐다. 김 전 국장의 경우만 1978년 8월이 돼서야 나올 수 있었다. 민청학련 관련자들은 2009년부터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국민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가해자가 돼 자유를 박탈한 조직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허위 자백을 강요받거나 고문, 협박, 구타를 당하고 짧게는 약 10개월에서 길게는 4년 4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하며 자유를 박탈당했다”며 “가족들도 주변으로부터 불순세력 가족으로 매도당하며 살아야 했고 오랜 기간 적지 않은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568일을 구금됐던 김 전 국장에게 8억원, 김 전 국장 부모에게 각각 2억원의 위자료를 산정했다. 또 일본 기자의 통역을 하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300일 가까이 구금됐던 일본인 하야카와 요시하루(早川嘉春)씨와 그 가족들에 대해서도 수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지난 8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지급 결정을 재판상 화해 성립으로 보도록 한 조항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조정 성립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위헌 결정을 근거로 ”원고 중 일부가 생활지원금과 보상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 소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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