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6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에서 ‘트럼프 2.0 시대 지식재산 정책 방향과 대응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이진수 휴롬 지식재산본부장은 “과거에는 삼성, LG처럼 특허 포트폴리오가 풍부한 기업들이 NPE나 스타트업·대학 특허에 맞서 IPR(특허무효심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며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특허 친화적 법안’들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해온 무효 심판 제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은 발명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시대로 회귀하여 강력한 특허 제도를 구축하려 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이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무효화될 가능성은 30%에 불과하다. 앞으로 미국 NPE, 스타트업, 대학에 투자하여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전정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도 “1997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한국 기업은 NPE로부터 780여 건의 특허 소송을 당했다”며 “의회에서 준비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허 무효 소송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관세·특허정책의 나비효과로 미국 외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민태 CJ제일제당 IP센터장은 “지금까지는 (미국 시장에서)미국 기업과 경쟁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우리 기업의 특허나 기술을 압박하며 10% 관세를 감수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중국 또는 인도 등 다른 나라와 산업별 경쟁을 고려하여 특허 및 생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복잡해진 상황을 설명했다.
제조 기업의 투자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국내 제조 기업들은 탈중국을 추진하며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 멕시코 등 대미 무역 흑자가 많은 국가에 대해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김 센터장은 “대기업 수준의 제조 시설 투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당장의 경제성을 고려해야 할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핵심 생산 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은 자체 기술 발전을 통해 전기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탈중국 기조 속에서 한국 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미중, 동남아 등을 선택할 때 시장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30~40년 전 레이건 시대 미국이 일본을 견제할 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여 로열티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이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양국 사이에 낀 상황에서 IP 활용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가성비 생성형 AI로 주목받는 중국 딥시크가 트럼프의 무역 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경쟁이 무역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산업재산권뿐만 아니라 저작권 문제도 안고 있다. 앞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고 우리 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