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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미래는 기술 아닌 ‘신뢰’…결제 인프라·금융안정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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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6.06.02 17:54:39

BOK국제콘퍼런스서 '디지털 경제에서 중앙은행 역할' 토론
중앙은행 관계자들 "기술 혁신 중요하지만 신뢰·안정에 방점"
카시카리 총재 "스테이블코인은 카지노 칩…위기시 중앙은행 개입"
이수형 위원 "예금토큰으로 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 효익 향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을 찾은 주요 중앙은행 인사들이 디지털 금융 전환을 둘러싼 방향성에 대해 “기술보다 신뢰와 안정이 우선”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암호자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중앙은행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신뢰와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 BOK국제콘퍼런스'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투오마스 발리마키 핀란드은행 이사회 위원, 로버트 타운센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다니엘 팔로타이 헝가리 중앙은행 부총재, 타오 장 국제결제은행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대표,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사진= 한국은행)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국제콘퍼런스’에서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패널토론 세션에 참석한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기술 혁신이 주는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현대 화폐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는 근본 원리인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오마스 발리마키 핀란드은행 이사회 위원은 “돈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의 문제”라며 “중앙은행의 가장 큰 기여는 물가 안정이며, 돈이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면 어떤 혁신도 의미가 없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 사용 비중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유통 현금이 증가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현금이 결제 수단을 넘어 ‘신뢰의 저장소’이자 ‘공공 앵커’로 기능하고 있다고 봤다. 디지털 유로 역시 민간 결제 수단을 대체하기보다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지급·결제의 혁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카지노 칩과 같다”며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 효율성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이 커질 경우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하게 위기 시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 디지털 전환의 핵심 과제로는 ‘혁신과 안전’의 균형이 제시됐다. 다니엘 팔로타이 헝가리 중앙은행 부총재는 “인공지능(AI) 도입과 규제를 위해서는 내부 역량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안전 중심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헝가리는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사기 거래를 0.5초 내 차단하는 보안 체계를 병행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오 장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대표는 디지털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로 △명확한 원칙 제시 △견고한 규제 기반 구축 △핵심 인프라 현대화 △책임 있는 민간 혁신 유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기술은 변해도 화폐의 신뢰와 단일성은 유지돼야 한다”며, 토큰화와 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측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결제 구조 개선과 함께 리스크 관리를 통한 금융안정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수형 금융통화위원은 “도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 토큰을 결합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실사용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며 “정부 바우처 지급 등으로 플랫폼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드사와 빅테크 중심의 결제 시장 구조에 대해 “경쟁이 존재하지만 수수료가 낮아지지 않는 과점 문제가 있다”며, 중앙은행이 ‘신뢰할만한 경쟁자’로서 역할을 할 경우 시장 경쟁을 유도하고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내 소비자 효익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토론에서는 토큰화된 예금과 중앙은행 계좌 도입,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다. 특히 토큰화에 대해 카시카리 총재는 “실질적 효용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한 반면, 타오 장 수석대표는 “과거 종이 장부에서 디지털 장부로 넘어간 것처럼 토큰화 역시 금융의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이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논점이었다. 이 위원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자금 이동 속도가 빨라지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긴급 유동성 공급 장치와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했다. 사이버 보안 역시 핵심 리스크로 지목되며 국제적 협력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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