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달러 오르면 환율 15원↑’…고유가·고환율에 ‘벚꽃추경’ 현실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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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26.03.09 18:47:30

유가 100달러 돌파에 환율 1500원 턱밑
유가 120달러 넘으면 ‘무역수지 적자’ 경고
서민 고통 가중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 부심
靑 유류세 추가 인하, 추경 가능성 열어둬

[이데일리 이정윤 김미영 장영은 기자]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원화 방어선이 흔들리고 원달러 환율이 정규장에서 1500원에 근접했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약 15원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정규장 기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것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우려까지 제기되며 10조원 규모 ‘벚꽃 추경’ 가능성도 커졌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유가 쇼크에 환율 1500원 근접

9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 가까이 급등하자 거시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외환시장 수급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한국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연간 약 150억달러가량 축소되고, 환율은 약 15원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상승이 곧바로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시장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정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76.4원)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2원 이상 급등해 1499.2원까지 오르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고가 150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변동성도 심화했다. 환율의 일일 변동 폭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주간 거래 기준 평균 13.5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유가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 수입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평균 95달러 수준이었던 2022년에는 한국 무역수지가 약 48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와 환율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각각 0.2~0.3%포인트씩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 유류비 지원 등 담은 추경 편성 속도 전망

중동 사태로 정부는 이번 주 내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는 휘발유 7%,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10%를 각각 적용 중인 인하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계적인 인하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하반기 법상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한 전례가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상황을 고려, 일시적 인하보다는 단계적 인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동사태로 ‘벚꽃 추경’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이번 충격에 대한민국 경제가 피해를 입지 않게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추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무게를 실었다. 정부는 이달 신고가 이뤄지는 법인세 세수실적을 집계하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오는 23일 국회인사청문회 후 취임하면 곧바로 추경 편성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비 지원 등을 포함해 10조원 넘는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법인세수 실적 개선에 따른 5조원 이상의 추가세수에 국채발행을 더해 15조원 안팎의 추경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서민·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주가 이란 사태 장기화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달 내 상황이 진정되는 등 전쟁이 비교적 단기에 끝난다면 국제유가와 환율 등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석 달 이상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환율의 상승이 더 가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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