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2일 18시0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미국에서 철도와 통신망이 대대적으로 구축되던 시기 기업들은 미래 수요를 기대하며 철도망과 광섬유 통신망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실제 수요가 투자 속도를 따라잡기까지는 수년이 걸렸고, 그사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당수 기업이 파산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을 바라보는 미국 대형 연기금들의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AI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지만, 당장의 투자 규모가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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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글로벌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기금들 사이에서 AI 인프라 과잉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관련 투자가 주식과 사모펀드(PE), 인프라 등 여러 자산군에 걸쳐 확대되면서 투자 위험이 특정 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연기금은 운용사의 투자 제안을 거절하는 등 실제 자산 배분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2253억달러(약 306조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텍사스교직원퇴직연금(TRS)은 최근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AI 인프라 투자 규모와 향후 수익 창출 가능성을 주요 논의 대상으로 다뤘다. 현재 AI에 투입되는 자본은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로, 과거 운하·철도·전력망·고속도로·통신망 구축 당시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TRS는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실제 수익이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TRS가 우려하는 것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AI 인프라가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더라도 실제 수요가 이를 따라잡기까지 10~20년이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관련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장기간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도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AI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제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연기금도 나오고 있다. 운용자산 3270억달러(약 445조원) 규모의 뉴욕시퇴직연금(NYCRS)은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주식과 사모펀드, 인프라 등 서로 다른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AI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여러 자산군에서 동시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별 투자자산의 위험뿐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AI 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해 출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연기금들이 AI 투자 비중을 점검하기 시작한 것은 그간 관련 투자가 상장 기술주에서 비상장 기업으로까지 확대된 영향도 있다. 텍사스교직원퇴직연금(TRS)의 지난해 8월 말 기준 주요 주식 투자자산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TSMC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는 전체 주식 투자자산의 2.45%를 차지했다. 비상장 AI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OTPP)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5월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650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AI 관련 투자가 여러 자산군에 걸쳐 확대되면서 연기금들이 개별 투자자산뿐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연기금들이 AI 투자 자체를 축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 기술의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에 따른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챗GPT 출시 이후 약 3년 만에 53%의 도입률을 기록했다.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PC)의 초기 보급 속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존 산업 역시 AI 도입에 따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어 관련 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투자자산의 경쟁력도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기금들의 고민은 AI 투자 여부보다는 투자 규모와 위험 노출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업계 한 관계자는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모든 기업이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투자자산의 수익성과 전체 포트폴리오의 AI 투자 비중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기술 변화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기존 투자자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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