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사이버 범죄와 정보기술(IT) 노동자 사기 등 북한의 다양한 불법 공작을 통해 발생한 자금 세탁에 관여한 개인 8명,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대북 제재를 회피해 국제적으로 사이버 범죄를 벌이며 그 수익을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제재 역시 이 같은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 및 기관은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며 이들과의 미국 내 거래 역시 금지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범죄자들은 30억 달러 이상을 탈취했는데, 주로 암호화폐를 표적으로 삼았고 때로는 진화된 악성코드 등 첨단 수법을 사용했다. 북한은 IT 인력의 위장 취업, 디지털 자산 탈취, 제재 회피 공작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세탁하고 국제 시장과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해외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재무부의 설명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해가며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제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한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타진했지만 북한의 무응답으로 불발된 직후 이뤄졌다. 이에 제재들도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둔 지난달 27일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면서 “아마 이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것”이라며 제재를 지렛대로 북미 대화를 제안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제재는 북한에 ‘협상 카드’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제재들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개인 및 기관 금융 제재는 통상적이라는 평가다. 또 유엔 차원의 새로운 대북 제재가 가능하려면 새 안건이 채택돼야 한다. 그런데 새 안건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한 나라의 반대도 없어야 한다. 최근 러-중-북의 삼각 연대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현재 조치는 실무부서에서의 조치 정도이지 지도자 수준의 압박은 아니며, 북미간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조치도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APEC 계기 회동 가능성을 조율하며 물밑에서는 어떤 대화들이 오갔을 수도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북미 회동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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