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정부는 재정여건상 투트랙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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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9조3000억원 피해 지원대책의 집행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집행에 속도내달라”며 “피해 우심(尤甚)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 사각지대에 대한 보강 지원 등도 점검·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 대상 새희망자금 등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그러나 최근 3차 재확산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피해가 커지자 추가 지원을 위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4차 재난지원금 형태로 매출 감소 같은 피해가 많은 소상공인 등의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의미”이라며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차분히 (피해 지원 방안)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계층 선별과 전국민 보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하면서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선별+보편 지원을 제안한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가 여당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집중포화에 시달렸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해 전례 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며 홍 부총리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면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난색을 보인 반면 피해 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중앙정부가) 3차 지원금으로 버팀목 자금을 지원하는데 규모가 충분치 않고 사각지대가 있어 지원이 불충분하면 피해계층을 더 지원할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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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논의과정에서 시기와 대상을 두고 당정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며 “당정 협의를 서둘러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다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선별·보편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시차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 규모나 시기를 대충 잡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야당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 보편 지원 방안은 선거를 앞두고 세금으로 표를 사는 행위라며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재난지원금은 누구나 나눠주는 선거 자금이 아니라 재난을 당한 사람의 생계 자금이 돼야 한다”며 “매출·임대료·전기료·임금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피해 규모에 따라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초 8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홍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측은 비공개로 당정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취소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정간 입장이 서로 정리되지 않아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원이 한정된 현재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해 피해가 적은 계층까지 지원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이라며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어려움에 처한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