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주주충실의무 강제, 해외 사례도 없어…野자동부의금지는 입법 독주”

조용석 기자I 2024.11.06 19:44:44

[만났습니다]②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이해관계 다른 주주 이익 어떻게 모두 보호하나"
"자본시장법 바꿔 합병·물적분할시 일반주주 실효적 보호"
"상품권 예산 이미 14.9兆…지역화폐 필요한 상황 아냐"
"대통령 담화, 큰 틀의 국정쇄신 구상 진솔하게 전해야"

[대담=이데일리 이승현 정치부장, 정리=조용석 기자] “상법에 주주충실 의무를 포함한 사례는 해외도 없다. 주주 이익보호 정도지 충실의무까지는 아니다. 기업의 경영권이 헤지펀드 등에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일 국회 본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민주당은 주주충실 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예고하고 이를 주도할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도 설치했다.

김 의장은 인수·합병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비공개 당정을 통해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논의한 당과 정부(금융위원회)는 연내 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밸류업(기업가지 제고)을 위해서라면 주주 충실 의무 명시 등을 제외한 다른 상법 개정은 야당과 협의를 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야당이 강행하는 세입예산부수법안 자동부의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 “야당의 입법독주이자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하려는 후퇴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법안이 통과 시 야당이 상속세 개편 등 세입예산 부수법안을 잡으면 예산도 함께 발이 묶인다.

김 의장은 “원활한 예산안 및 세법개정 처리를 위해서는 자동부의제도가 꼭 필요하다”며 “야당이 강행처리한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일문입답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확정했다.

△금투세가 국내 자본시장 불안요인이라는 1400만 투자자의 걱정을 이해한 결정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11월 중 금투세 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의해 입법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 이후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을 예고했다.

△주주에는 소액주주도 있지만 사모펀드, 기관투자자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이사가 어떻게 모두 충실히 보호할 수 있나. 주주충실 의무가 외국 입법 사례에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없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말하는 주주 이익보호 정도지 충실의무까지는 아니다. 기업은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는 소중한 주체다. 야당은 1차 대표회동 때도 주주충실 의무 상법 개정을 제안했었는데, 우리는 산업계 의견 수렴이 필요하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었다.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은 없나.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대주주-일반주주 갈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때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는 점은 정부와 공감대가 있다. 다만 일반주주 보호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합병·물적분할 등의 경우 일반주주를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당은 세입부수법안 자동부의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산은 지금까지 여야 정쟁의 수단처럼 여겨졌다. 이같은 정쟁의 관행을 깨기 위해서 2014년부터 시행한 것인 세입부수법안 자동부의제도다. 자동부의제도가 없다면 다수당인 민주당이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우리에게 협박 카드를 내밀 수 있게 된다. 자동부의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국민들은 법정시한 내 예산이 통과되고 집행돼 민생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 자동부의제도까지 없다면 역대 여느 국회보다 극단적인 정쟁을 벌이고 있는 22대 국회는 더 심각한 정쟁에 빠질 수 있다.

-야당은 지역 내수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를 10조원 추가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이미 지역화폐 9조9000억원, 온누리 상품권 5조원 등 무려 15조40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했다. 거기에 또 10조원 물량의 지역화폐를 추가로 발행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또 3분기부터 어려웠던 내수나 설비투자·소비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나타나면서 내수회복 차원의 재정보강의 필요성도 낮아졌다. 소비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일시적 소비부양을 위한 지역화폐나 민생회복지원금은 불필요하다. 야당을 잘 설득할 예정이다.

-금투세 도입과 연동됐던 증권거래세는 어떻게 조정할 예정인가.

△예정된 세율 인하조치를 변함없이 유지할 계획이다(코스피 기준 2025년 증권거래세 폐지, 농특세 0.15%만 유지). 증권거래세를 인상할 경우 자본시장 거래 위축이 우려된다. 증권거래 세수는 세율보다는 거래량 등 시장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금투세 폐지와 함께 밸류업 세제지원 등을 통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감세정책 때문에 세수결손이 발생했다고 공격한다.

△세수결손은 원인은 감세정책이 아니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영업이익(익금)이 발생해야 과세할 수 있는데, 영업이익이 없는 기업들에게 징수할 수는 없지 않나. 또 양도소득세 감소도 경기침체 때문이지 감세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야당은 세수부족 상황에서 상속세 개편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상속세율·과표·공제 조정은 20년 이상 낡고 오래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동시에 중산층의 과도한 세부담을 조정하기 위한 취지다. 세율 및 과세표준이 2000년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유지되면서 가업승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51%, 외국이 49%를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 합작회사에서 한국 최대주주는 상속 시기가 되면 높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고 결국 경영권을 뺏기는 경우도 많다. 지금 같은 상속세율이 유지되면 특정 기업이 3대 이상 이어지기는 어려울 거다.

-11일 출범 예정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야당은 여전히 불참 입장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자체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선제적 제안에서 시작된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협의체가 출범하면 의대정원 문제를 포함해 △전공의 업무부담 경감 △중증·지역·필수의사 처우 및 수가 개선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대책 △합리적 분쟁조정제도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등 광범위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야당 및 나머지 의료단체도 대승적인 판단을 통해 협의체에 참여했으면 한다.

-7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

△현재 시점은 인사와 정무, 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일대 쇄신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쇄신안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에 건의한 것도 있는 만큼 그런 문제들까지 포함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큰 틀의 국정쇄신’ 구상을 진솔하게 국민께 밝히리라 생각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진솔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