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대목은 올해 국민들이 맞게 될 백신이 모두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임상 1/2상 단계다. 내년 상반기가 돼야 국산 백신이 하나둘씩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시험에는 환자 모집,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어느 제약사가 백신 개발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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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에는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관의 집중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국산 백신 개발에 들이는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4000억원이다. 이중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력 제고 예산은 4400억원 남짓이며 코로나19 관련 예산은 2627억원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는 15개가, 백신은 7개가 개발 중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나의 치료제나 백신에 약 119억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1조~2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미국 제약사들이 10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줄인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을 통해 모더나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노바백스에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존슨앤존슨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등을 지원했다. 백신 선구매 비용에 포함돼있지만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백신 개발이 가능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더나 백신 개발에 참여한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7개의 연구소와 연구센터로 구성돼 연간 33조원의 연구비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지만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아직 백신의 효능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밝혀지지 않은데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백신 수요는 내년, 후내년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해 충분한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해외 백신 의존으로 치러야 할 값은 더 비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