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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보통주 기준)은 각각 951조 2858억원, 626조 8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31%, 13.38%에 각각 해당한다. 1년 전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각각 15.21%, 7.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에 쏠림이 심화한 셈이다.
문제는 시총 비중 확대 속도를 이익 체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2.69%에서 2025년(연간 추정치 기준) 30%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수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이익 확산’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종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메모리 수요 기대, 글로벌 기술주 랠리의 파급 효과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주가 재평가(리레이팅)가 빠르게 진행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수 상승률이 시장 전체의 펀더멘털 개선을 대변하는 신호처럼 읽히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지수는 빠르게 레벨업했지만, “내 계좌는 그대로”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을 단순 반영해 지수를 비례 조정하면, 두 종목을 제외한 ‘체감 코스피’는 약 3460선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고르지 않다. 일부 업종은 정책 기대나 단기 수급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적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아 상승 탄력이 제한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강세장이 이어져도 투자자별 성과가 크게 갈리는 현상도 결국 ‘상승의 폭’보다 ‘상승의 범위’가 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외끌이’ 장세의 리스크를 경고한다. 특정 업종이 지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기대가 흔들릴 때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 업황 기대가 꺾이거나 글로벌 기술주 흐름이 흔들리는 등 대외 변수에 지수 되돌림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5000의 조건…반도체 밖으로 이익 확산해야
다만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각각 190.62%, 117.77% 증가한 126조 5056억원, 102조 8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코스피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약 487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 전체 영업익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에 달할 전망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제 환경 변화 중 가장 먼저 표면화되고 강력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AI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 엔진의 등장”이라며 “한국에선 이 흐름이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강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 전체의 이익 추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가 커지면서 증권가는 눈높이를 계속 올리고 있다. SK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26만원으로 올렸고, SK하이닉스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했다. KB증권 역시 삼성전자(20만원→24만원), SK하이닉스(95만원→120만원)의 목표주가를 각각 높여 잡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이 ‘뉴노멀’로 굳어지려면 실적 개선이 상위 소수 기업을 넘어 중간층 기업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이익 추정치 상향과 주가 흐름이 동반되는지 여부다. 지수의 레벨업이 ‘체감’으로 이어지려면 상승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강소영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상장사 상위 일부 기업은 성과가 우월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개선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흐름이 지속되면 지수가 소수 기업에 더 의존하게 되고, 구조가 강화될수록 변동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중간층 기업의 실적 회복과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