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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내다본 정의선의 45.3조 투자..단기수익 노린 엘리엇에 맞대응

피용익 기자I 2019.02.27 23:37:35

R&D 30.6조·미래기술 14.7조 투자
현대차 ''변화''와 ''혁신'' 속도낼 전망

[이데일리 피용익 이소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5조8000억원을 배당하라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에 4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으로 대응했다.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독이 든 사과’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 전략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 대표이사로 나서며 ‘책임 경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정면돌파로 응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선순환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변화와 혁신 위한 대규모 투자 단행

현대차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중장기 전략은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해 온 ‘변화’와 ‘혁신’을 위한 투자가 눈에 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가 2023년까지 투자하는 45조3000억원 가운데 30조6000억원은 연구개발(R&D)과 경상 투자 등에, 14조7000억원은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투입된다.

총 투자액을 해당 기간으로 나누면 연 평균 투자액은 약 9조원에 달한다. 과거 5년 연 평균 투자액이 약 5조7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8%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같은 투자 증액에 대해 “제품 경쟁력 및 설비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미래차 관련 핵심기술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주도하는 게임체인저 도약

R&D와 경상 투자(30조6000억원)를 구체적으로 보면, 신차 등 상품 경쟁력 확보에 20조3000억원을, 시설 장비 유지보수와 노후 생산설비 개선 등 경상투자에 10조3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를 이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SUV의 경우 지난 2017년 4종에서 내년 8종으로 모델 수를 대폭 늘려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를 본격 확대한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에서 지난해 2배 수준인 3만1000대를 판매해 점유율을 4.8%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래 기술 투자(14조7000억원)는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 3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 2조5000억원 △선행 개발 및 전반적 R&D 지원 사업 2조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현대차는 이같은 투자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품성과 효율성을 비롯한 전기차 시스템 응용 기반의 혁신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고,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등 미래 스마트카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 하는 동시에 2021년에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미래 초연결 사회에서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는 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의사결정구조 ‘정의선 체제’ 확립

정 부회장은 작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반년 만에 주요 계열사 책임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내달이면 현대차 입사 20년 만에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게 되고,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기아차 사내이사, 현대제철 사내이사 등으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자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완성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분승계만 되지 않았을 뿐 올 들어 정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회장보다 그룹 경영에서 맡은 중책이 더 많아지면서 그룹 내 의사결정구조는 ‘정의선 체제’로 굳혀지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전면적인 리더십 세대교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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