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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9급 합격" 영화 '인턴' 현실판...출근 후 근황은[이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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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I 2026.10.28 15: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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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강점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고, 약점은 나이도 많다는 것입니다.”

영화 '인턴'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지난달 16일 개봉한 최민식·한소희 주연 영화 ‘인턴’에서 37년 차 경력의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면접에서 건넨 말이다. 영화는 패션 스타트업에 들어간 늦깎이 신입이 스무 살 넘게 어린 동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의 현실판 같은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나이 50에 9급 합격해서 첫 출근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76년생 작성자 A씨는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에 합격해 발령을 받았고, 출근한 지 2주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작성된 이 글은 이날 오후 기준 조회 수 9만회를 넘겼고, 1300명 넘게 추천을 눌렀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스터디카페에서 혼자 시험을 준비했다. 오전 9시면 스터디카페에 나가 행정법·행정학과 국어·영어·한국사를 공부했고, 일요일에는 쉬며 잠을 보충했다고 한다. 그는 댓글에서 “나이 먹고 공부하니까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수를 받은 사연이지만 숫자로 보면 A씨 같은 사례는 드물다.

50세 이상 지원자 1615명 중 31명 합격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에는 선발 예정 인원 3802명에 10만8718명이 원서를 냈다. 평균 경쟁률은 28.6대 1로 지난해(24.3대 1)보다 높아졌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은 1615명(1.5%)이었다. 최종 합격자 3718명 중 50세 이상은 31명(0.8%)에 그쳤다.

원서를 낸 사람 대비 합격자 비율로 따지면 50세 이상은 1.9%다. 20대(4.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질 경쟁률로 환산하면 20대는 24.8대 1이었지만 50세 이상은 52.1대 1로 두 배를 넘었다.

격차는 필기에서 먼저 벌어졌다. 50세 이상 지원자 가운데 필기를 통과한 사람은 44명으로, 통과율은 2.7%였다. 20대(5.0%)의 절반 수준이다.

필기를 넘어선 뒤에도 문턱은 남아 있었다. 필기 합격자 중 최종 합격까지 이른 비율은 20대가 80.4%, 30대가 77.8%였고, 40대는 71.7%, 50세 이상은 70.5%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계단식으로 낮아진 셈이다. 50세 이상 필기 합격자 44명 중 13명은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 이 수치에는 다른 시험 합격 등으로 면접을 포기한 인원도 포함돼 있다.

50세 이상 합격자 수는 해마다 수십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4년 47명(0.9%), 지난해 23명(0.5%), 올해 31명(0.8%)으로 전체의 1%를 넘은 해가 없다.

40대도 98% 고배...‘4050’ 합격 비중, 지원의 절반

40대로 넓혀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40대 지원자는 1만1069명으로, 이 중 208명이 최종 합격했다. 합격률은 1.9%로 50세 이상과 같은 수준이다. 필기 통과율은 2.6%로 오히려 50세 이상보다 조금 낮았다.

40대와 50세 이상을 합치면 1만2684명이 원서를 내 239명이 합격했다. 지원자 98%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전체 지원자 중 4050 비중은 11.7%였지만 합격자 중에서는 6.4%로 줄었다. 반면 20대는 지원자 비중 50.8%에서 합격자 비중 60.0%로 커졌다. 30대는 36.9%에서 33.4%로 소폭 줄었다.

49세에 회사 떠나는데...73세까지 일하고 싶어

중장년이 공직 문을 두드리는 배경에는 이른 퇴직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가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53.0세였다. 남성은 55.3세, 여성은 51.1세였다. 55~64세만 놓고 보면 49.0세로 더 낮아진다.

반면 일하고 싶은 기간은 훨씬 길다. 55~79세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9.2%였고,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계속 일하려는 이유로는 ‘생활비 보탬’(53.4%)이 가장 많았다. 주된 일자리를 떠난 뒤 20년 넘게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시 일자리를 구해도 선택지는 넓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고령층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 종사자(22.3%)가 가장 많았다. 정년이 보장되고 경력에 따라 호봉도 인정받는 공무원이 중장년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9급 공무원도 정년은 60세다. 50세에 입직하면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0년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늘 막내라는 마음가짐”

A씨의 출근길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합격 직후에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지만, 일부 차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아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발령 전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일단 도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출근 2주차인 지금은 무탈하게 적응 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질문하면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 주신다”며 선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나이가 두 배 차이 나는 동기들과도 잘 어울려 지낸다고 했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늘 막내라는 마음가짐으로 느리더라도 성실히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급여 대비 복지가 참 좋으니 용기를 내시라”고 조언했다. 관련 경력이 있으면 호봉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응원을 보냈다. 한 누리꾼은 “젊은데도 뭘 해도 늦었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본받겠다”고 적었다. A씨와 동갑이라고 밝힌 다른 누리꾼은 “나는 내년에 은퇴인데 막막하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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