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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댄 암만 GM 총괄사장과 이같은 내용의 조건부 투자 확약서(LOC)를 발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27일 GM 측에 조건부 LOC를 우선 발급하고, 다음달 초 최종 실사 결과를 확인한 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LOC를 발급할 계획이다.
GM 측 신규 투자액은 36억 달러(3조8900억원)로 원래 제시했던 23억 달러보다 13억 달러 늘어났다. 기존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약 27억 달러(2조9000억원)를 출자 전환하기로 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GM의 투입액은 총 63억 달러다. GM은 한국GM 대출금 전액을 주식으로 돌리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보유 지분율(17.02%) 등을 고려해 7억5000만 달러(8100억원)의 신규 투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예상했던 5000억원보다는 3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투자의 전제로 GM 측으로부터 한국GM의 장기 경영 유지를 약속받고 비토권 등도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 2002년 10월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할 당시 한국GM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의 처분·양도 등 핵심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15년 만기 비토권을 확보했다. 이 권리는 작년 10월 행사 기간이 종료됐다. GM의 출자 전환 이후 산업은행 지분율이 15% 아래로 내려갈 경우 한국GM 정관에 있는 17개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 비토권도 잃는 것이 불가피했다.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은 보통주 85%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GM 본사는 이날 미국에서 진행되는 1분기 기업 설명회(IR) 콘퍼런스콜에서 이런 내용의 조건부 합의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은행은 최종 투자 확약 때까지 GM 측과 비공개로 세부 내용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신규 투자금의 성격이 될 전망이다. GM이 한국GM 신규 투자금을 출자가 아닌 대출 형식으로 할 경우 한국GM의 이자 비용 감소 등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경영 정상화 협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다. 만약 산업은행만 신규 투자를 출자로 하고 GM은 대출을 고집한다면 한국 정부가 GM 측과의 줄다리기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에 앞서 이날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은 한국GM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산업은행과 국회를 연이어 방문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특별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지난 수개월 간, 특히 지난 수 주 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고 지금까지 탁월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모든 논의의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결론을 토대로 한국GM은 지속해서 견고한 사업체로 거듭나 미래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성공을 확보하는 방법은 수익성을 창출해가면서 견고한 사업체로서 사업을 영위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