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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가정 주부 A씨(63)는 최근 아울렛에서 쇼핑을 하다가 세상이 변했다고 느꼈다. 신용카드가 손상된 데다 수중에 현금이 부족해 곤란한 상황에서도 결제가 되더라는 것이다. 매장 직원이 제안한 방법은 모바일뱅킹. 스마트폰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지문만으로 이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익숙지 않고 이용이 어려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모바일 금융 소외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모바일뱅킹 이용액이 하루 4조원에 육박했고 20~30대는 보편화됐지만, 60대의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전성시대…모바일 금융서비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3조9630억원이었다. 모바일뱅킹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기관의 잔액조회, 계좌이체, 현금인출 등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모바일뱅킹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연도별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1조8326억원→2조4962억원→3조1407억원→3조9630억원으로 늘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비율은 금융소비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한은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5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2017년) 9월2일~11월5일 설문한 결과, 이용률은 46.0%였다.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한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스마트폰 보유율은 전년(88.5%) 대비 5.6%포인트 상승한 94.1%였다. 특히 50대 이하에서는 보유율이 100%에 근접했다.
인터넷뱅킹 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90.5%에 달했다. 2014년(63.6%) 대비 26.9%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컴퓨터 이용 비율은 62.6%에서 55.6%로 7%포인트 줄었다.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가 전년 대비 16.0% 늘었고,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와 금액도 각각 10.6%, 26.2% 증가한 것이다.
◇74%vs5%…청년·노년 모바일금융 격차↑
다만 연령별 격차는 뚜렷했다. 20대와 30대의 사용 비율은 각각 74.0%, 71.8%로 보편화돼 있다. 40대의 비율도 61.2%로 과반을 넘었다. 다만 50대부터 비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50대와 60대 이상의 경우 각각 33.5%, 5.5%에 불과했다. 20대와 60대 이상의 차이는 무려 70%포인트에 육박하는 것이다.
모바일뱅킹만이 아니다. 모바일지급 서비스도 20~30대의 경우 과반 이상이 사용했지만, 60대 이상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모바일지급은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점에서 상품구매 대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최근 6개월 이내 모바일지급 이용경험 있는 비율은 26.1%였는데, 20대와 30대는 각각 53.6%, 50.6%로 절반 이상이 사용했다. 40대는 28%였고, 50대는 8.5%였다. 60대 이상은 2.1%로 저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점차 보편화하는 모바일금융에 고령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대 이상은 △구매 절차가 복잡하고 △인터넷 사용이 미숙하다는 점을 토로했다. 20대 비(非)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 안전장치 불신 등을 답한 것과는 달랐다.
한은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해 이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담 상담원을 운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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