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애 많이 썼어요.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으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상주인 현철씨를 위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아들인 재국씨와 동갑이라는 현철씨의 말에 팔을 쓰다듬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오랜 악연을 생각하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였다. 전 전 대통령의 조문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기는 했지만 군부 독재 정권과 민주화 세력으로 이어온 오랜 악연을 감안할 때 직접 빈소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날 오후 4시쯤 빈소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약 10분간 귀빈실에 머무르며 현철씨를 비롯해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과 담소를 나눴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 검은 넥타이 차림의 전 전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걸음걸이도 정정할 뿐 아니라 대화 내내 이야기들 주도했다.
현철씨가 건강이 어떠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담배와 술을 전혀 안 한다면서 “나이가 있으니까 왔다갔다 한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요새는 100세 시대’라는 말에 “건강하게 살다가 자다가 싹 가버리면 본인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 위해서도 그렇고 그이상 좋은 일이 없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이 “상당히 장수하실 겁니다”라고 말하자 손을 꼭 잡으며 “고맙습니다. 나는 담배 안 피고 술 안 묵고. (장수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이날 조문이) 김 전 대통령과의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냐” “YS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전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수고들 하십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승용차에 탑승했다.
한편, 이날 전 전 대통령이 빈소에 방문했을 때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도 같은 자리에 있었으나 손 전 고문은 귀빈실 바깥쪽에서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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