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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중국이 미국 국채 204억 5000만달러(약 24조 3170억원) 어치를 팔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한 달 사이 매도한 국채 규모로는 2016년 10월 이후 최대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국채를 매각해왔으나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그러다가 한 달 만에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를 통해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많이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만약 중국이 ‘작정하고’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선다면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실제 미국이 10일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3250억달러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중국 언론들은 ‘미국 국채 매도’를 보복조치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견해는 세 가지 관점에서 과잉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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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3월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90일간의 ‘휴전 기간’을 연장해 미·중 무역협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래 진행됐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초 3월 1일을 기점으로 부활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도 연기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 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성의 표시를 했다. 중국은 한해 중국 정부의 방향에 대해서 대중에 공표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의 기술굴기 상징인 ‘중국제조 2025’라는 단어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고 외국 자본의 투자를 보호하고 법제화하는 외상투자법도 통과시켰다.
지금이야 미·중 관계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로 악화했지만, 4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5월 말 타결’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무역협상문에 사인을 하기 위해) 곧 워싱턴에 올 것”이라고 말해 타결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②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적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시장에 미쳤던 영향은 거의 없었다. 중국이 미국 국채 시장에 미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고 했다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3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0.31%포인트 하락한 2.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3월 달러·위안 환율은 6.65~6.70위안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정부의 국채 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③美국채 판 이유?…“달러 필요해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전문가들은 3월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단순히 ‘달러가 필요해서’ 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3월은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해 달러를 팔기에 좋은 시기였다. 일본과 영국 등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모두 달러를 순매도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 카드를 보복카드로 쓸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중국의 보유외환 자산가치도 급감하면서 중국도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채 매도를 “자기 파괴적인 핵 옵션”(미국 CNBC)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약 1조 2005억달러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외환보유액으로 일종의 비상자금이다. 만약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해 외환보유액이 쪼그라들면 중국 경제의 안전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달러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으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동시에 서비스 수지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19년 600억달러로 소폭 증가하겠지만 2020년에는 400억달러, 2021년에는 200억달러대로 감소한 뒤 2022년 들어 6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국가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강달러·위안화 약세는 또 하나의 변수다. 노디아 인베스트펀드의 선임 거시전략가인 세바스티안 갈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이 무산될 경우, 위안화 평가 절하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중국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