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쪽 분량 현장검증조서 초안 공개
백해룡 "검찰이 영장 기각하면 공수처와 협업할 것"
檢 "공보 규칙 위반 소지, 적절한 조치 검토 중"
임은정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야"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단장 채수양, 이하 합수단)이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백 경정이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 운반책들을 조사하고 작성한 ‘현장검증조서’의 초안을 공개하며 반발했다. 동부지검은 “수사 자료 공개는 공보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 | 백해룡 경정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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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10일 오후 “(합수단이) 공항 실황조사 현장 검증 영상 일부분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며 현장검증 조서 초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89쪽 분량의 조서 초안에는 백 경정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11월 10일과 13일에 이뤄진 말레이시아인 밀수범과 인천세관 직원 현장검증 내용이 담겼다. 의혹의 쟁점이었던 마약 운반책들의 입국 과정과 세관 검색대 통과 경위에 관한 내용도 적혀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이 지난 9일 현장검증 영상을 토대로 경찰의 초기 수사가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속아 시작됐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현장검증 조서 초안을 보면 분명히 혐의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경정은 마약 운반책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고 축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통모하고 허위 진술하는 것을 파악해서 사실을 특정해 나가는 것이 현장검증의 취지”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는 수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기록만 보고 엉터리 같은 이야기만 한다”며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협업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 | 밀수범 A씨가 인천국제공항 실황조사 과정에서 공범에게 허위 진술을 시키는 장면.(사진= 서울동부지검 합수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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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의 현장검증조서 공개에 대해 동부지검은 “경찰 공보규칙 위반 소지가 있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은정 지검장도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지난 10월 백 경정님에게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며 “사실과 다른 백 경정님의 여러 주장과 진술을 겪은 터라 백 경정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조금은 홀가분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백 경정을 직격했다.
한편 합수단은 지난 9일 오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를 통해 마약 밀수 연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를 받는 세관 직원 8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 외압을 행사해 백 경정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마약을 밀수한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한국인 국내 유통책 2명을 범죄단체활동 및 특가법상 향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또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 조직원 8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