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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나도 인플레는 남는다”…주요국 중앙은행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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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6.06.01 18:30:56

BOK국제콘퍼런스에 미·일·유럽 중앙은행 수뇌부 참석
중동전쟁 장기화에 공급충격 기정사실…영향 지속여부 관건
IT 수요 영향 국가별로 달라…물가상승 심리 굳어질라 ‘경계감’
참석자들 "실물경제 여건 보면서 통화정책 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 결정권자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유가 급등을 초래한 중동 전쟁이 석달 이상 이어지면서 전쟁 종료 후에도 그 여파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공급 충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충격이 겹치면서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영향은 국가별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이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내일 당장 전쟁 끝나도 물가상승 압력 지속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BOK국제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우 전쟁에 이어 3개월 전 중동 전쟁이 발발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조적으로 물가를 올릴 만한 공급망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도 “오늘 당장 중동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글로벌 인프라에 이미 충격이 가해진 상태”라며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쇼크의 강도와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의 충격은 강도가 셀 뿐 아니라 지속기간도 당초 예상보다 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유가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재개방된고 하더라도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을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유로지역에 비해) 압박이 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에다 준코 일본은행 심의위원도 “수입 가격이 5% 정도까지 오르는 등 주목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동의 상황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정말 중요한 요인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충격, 국가별로 달라…AI·실물경제 영향 지켜봐야

중동 전쟁이 물가엔 상승, 경기엔 하락 압력을 가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AI 붐과 정부정책 영향 등으로 각국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신 총재는 “한국은 유로 지역과 유사하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크고,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면서도, 이번 국면에선 반도체 수출 호조로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강건하고, 내년에는 산출 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이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카시카리 총재도 “미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굉장히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다”며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써왔지만 지금 경제 전망은 긍정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 관련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엔 공감하면서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나왔다. 슈나벨 이사는 “물가와 관련한 중앙은행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실물경제의 회복력이 중요하다”면서, 유로 지역의 경우 상품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겠지만 근원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준코 위원 역시 “정보기술(IT) 관련 전 세계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IT 공급망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이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디지털화폐, 혁신은 수용하되 중앙은행 중심으로”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디지털 화폐 시대에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슈나벨 이사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스테이블코인의 유사점에 착안해 화폐의 신뢰성 보장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서 중앙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MMF가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려 하며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은행예금 기반 약화, 유동성 불일치, 달러 기반 네트워크 효과 강화(자국 통화 약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슈나벨 이사는 “민간 화폐의 혁신은 분명 이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우고 통화정책 전달경로와 국제 통화질서에도 영향을 준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화폐 자체의 특성보다는 기반 기술에서 나오는 만큼 중앙은행이 통화와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을 ”이라고 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상업적 결제 시스템은 신용 공급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독점적 마진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스마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나 공공 원장을 활용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운영자‘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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