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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 연명의료 갈등, 인공호흡기 착용 중단과 강제 급식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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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5.14 14:36:11

연명의료결정법 개선 필요성 대두,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 강조
지역사회 중심 연속 돌봄 체계 구축으로 재가 임종 지원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생애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인공호흡기 착용 중단과 강제 급식이 가족과 의료진 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말기 진단 시점부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는 법 개정과 함께, 지역사회 중심의 연속적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의 병원 중심 구조를 개선해 재가 임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확장이 요구된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민태원)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한상원)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삶의 마지막 단계, 자기결정과 최선의 의료’를 주제로 제5회 미디어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자기결정권 보호와 최선의 의료제공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 제안’을 주제로, 연명의료 결정과 시행 과정을 거쳐 사망한 42건의 사례에 대해 유가족 및 의료진 인터뷰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42건의 사례에서 환자의 평균 연령은 85세였으며 전체의 95%(40건)가 병원 등 외부 기관에서 사망했고 자기 집에서 숨진 사례는 5%(2건)에 그쳤다. 사망 과정에서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경우가 76%(32건)에 달했으며 말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가 착용된 경우는 19%(8건)였다.

‘인공호흡기 착용’을 두고 환자 가족과 의료진 간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인공호흡기 착용을 해보지도 않고 연명의료 상태인지 판단이 불확실하고 말기 환자의 인공호흡기 착용은 임종 과정으로 판단되기 전까지는 중단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김장한 교수는 “환자가 말기 상태로 입원하면 의료진은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혈압상승제 투여 등 특수 연명의료와 통증 완화, 영양분·물·산소 공급 같은 일반 연명의료까지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학기 때문에 환자·보호자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말기 환자도 연명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인정하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콧줄(비위관) 삽입’을 둘러싼 환자와 의료진 간 마찰도 확인됐다. 환자가 콧줄을 거부했음에도 의료진은 영양분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족의 동의하에 콧줄 삽입을 시행했는데, 이는 환자의 의사가 충분히 존중되지 않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콧줄을 통한 음식물 투여 시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콧줄 사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콧줄·위루관·TPN(총정맥영양)은 ‘특수 연명의료’로 분류해 말기 환자가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양분·물 공급의 경구 식이만 ‘일반 연명의료’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경구 식이가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사와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통증 완화와 산소 공급 등은 환자와 의료진 간 자율 결정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이 ‘단절된 의료에서 연결된 돌봄으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구조적 리폼’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대균 센터장은 생애말기 돌봄의 관점에서 현행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문서 작성부터 임종과정 판단, 가족 확인, 사망 이후 절차까지 핵심 단계 대부분이 병원 안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어 살던 곳에서 임종을 맞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에 ▲환자 가치·돌봄 중심의 사전돌봄계획(ACP) 구성 ▲대리의사결정 체계 도입 ▲재택의료센터의 거점 기능 강화 ▲임종기 판단 기준의 유연화와 포괄성 ▲연명의료 중단 이후 돌봄의 지속성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며 재가 임종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3월 통합돌봄이 시행됐지만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서 작성과 의료기관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가정에서 연명의료 결정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따라 살던 곳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연명의료 결정의 기준과 실행 경로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래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병원 안의 문서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단절된 의료를 넘어 연결된 돌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오석준 가톨릭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문재영 충남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이에스더 중앙일보 기자가 참여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근본적 한계를 짚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복규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고 환자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과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법을 어떻게 바꾸든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현행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연명의료 중단에 복잡한 조건을 걸어두고 있어 환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라고 비판하며 “의료진이 병원 윤리위원회나 임상 가이드라인 등 적절한 절차에 따라 윤리적 결정을 내렸다면 법은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으로 환자의 권리와 의료진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석준 사무국장은 가톨릭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연명의료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오 국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도화됐지만,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뒤 환자가 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며, “의료 행위가 환자에게 실질적 유익을 주는 ‘균형적 의료’인지, 고통스러운 임종을 연장하는 ‘불균형적 의료’인지 지속적으로 식별해야 한다”며 의료의 균형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제도적·윤리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호흡기 보류와 중단을 동일시하는 것은 의료인이 느끼는 실존적 고뇌와 책임의 본질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추구해야 할 최선의 의료는 무분별한 자율성의 극대화가 아닌, 임종기 환자에게 강제적인 영양 공급이 ‘불균형적 수단’이 되는 상황을 용기 있게 직시하고 완화적 돌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영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 과정’ 구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교수는 “현행법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말기와 임종기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질병 경과는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보다 법적 책임을 먼저 고려하는 방어적 의료를 할 위험이 있으므로, 선의에 기반한 임상 판단과 의사결정에는 법적·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기와 임종기의 법적 구분을 재검토하고 제도의 출발점을 임종 직전이 아닌 환자가 치료 목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더 이른 시점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말하며, “생애말기 돌봄과 완화의료 인프라 확대 등 국가의 책임과 윤리교육 및 완화의료를 지원하는 병원 리더십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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