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선 ‘금값이 오르면 주식은 흔들린다’는 공식이 자주 빗나가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주식이 반대로 움직이기보다 같은 방향으로 오르내리는 ‘동조화’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던 금과 주식이 이젠 같은 배에 올라탔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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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포스코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금값과 S&P500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2021년 -0.02 수준에서 2024년 0.91까지 급등했고, 2025년에도 0.7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 하락기에 포트폴리오의 방어막 역할을 하던 금이 최근 들어 위험자산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진 셈이다.
시장에선 일차적 배경으로 글로벌 유동성 확대를 꼽는다. 지난해 글로벌 통화량(M2)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면서 자산 시장 전반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늘고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선 주식과 금이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할인율 하락으로 주식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는 동시에 금 보유의 기회비용(금리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주요 자산군 가운데 연간 수익률 상위 1·2위를 코스피(75.6%)와 금(64.6%)이 차지한 배경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원래 둘은 통계적으로 거의 무관(주간 수익률 상관계수 약 0.1)하지만, 유동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국면에선 함께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매입 ‘바닥 수요’…金 ETF 매입도 확대
동시에 주식이 강한 국면에서도 금이 쉽게 꺾이지 않는 배경으로는 금 시장의 구조 변화도 거론된다. 지정학적 갈등과 미·중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신흥국에서 달러 자산(미 국채)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구조적 수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인도 등은 금 매입을 늘리며 준비자산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앙은행 수요는 단기 시세보다 장기 보유 성격이 강해 조정 국면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아 금 시장의 ‘바닥 수요’를 키운다는 평가다. 이런 수요가 금의 하방을 막으면서 유동성 장세에선 주식 랠리와 금 강세가 함께 이어질 여지도 커졌다는 해석이다. 또 글로벌 국가 부채 급증에 따른 ‘신용 화폐 가치’ 우려도 금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 여력이 약해질수록 통화가치의 장기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금이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를 넘어 ‘재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험처럼 재평가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경로와 달러 흐름이 맞물리면 금값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 연방정부 부채가 약 38조 달러(GDP 대비 120% 안팎)로 불어난 가운데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긴축 강도가 제한될 수 있어서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이어지고 달러 강세가 둔화하면 금의 상대 매력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을 ‘거래·투자자산’으로 보는 성격이 강해진 점도 동조화의 한 축으로 지목된다. 일부 해외 매체와 시장 참가자들은 시세 차익을 노린 금 ETF 매입 확대가 지난해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북미를 중심으로 ETF 자금이 몰리며 투기적 수요가 집중되자 금과 위험자산 수익률의 상관관계도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김영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 자산의 이중성에 따른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금이 주식과 동조화하는 ‘투자 자산’ 성격이 강해진 만큼, 시장 위기 때 금이 항상 방어막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자산 선호의 ‘분절화’와 중앙은행 수요 같은 변수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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