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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로 돈을 옮겨놓으면서 고객예탁금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 SK바이오팜 기록 ‘훌쩍’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첫날 427.45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326030)의 첫날 경쟁률(61.93대 1)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청약을 받는 증권사 중에 첫날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KB증권으로 593.91대 1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증권이 491.24대 1, 한국투자증권이 365.9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카카오게임즈 경쟁률은 역대 청약증거금 상위 종목을 가볍게 꺾었다. SK바이오팜의 최종 경쟁률 323.02대 1을 비롯해 제일모직의 경쟁률 194.9대 1도 손쉽게 제쳤다.
이날 들어온 청약 증거금만 무려 16조4140억원에 달한다. 역대 청약증거금은 △SK바이오팜(30조9889억원) △제일모직(30조 649억원) △삼성생명(19조 8444억원) △삼성SDS(15조 5520억원) 순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하루 만에 삼성SDS의 청약증거금을 넘어선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청약 대비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쟁률을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아무래도 2일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모시장 초대어인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함)’ 청약에 나섰다는 이들도 상당했다. 현재 흥행 열기라면 충분히 SK바이오팜의 사례처럼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도 가능하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직장인 연 모(33)씨는 “어머니와 아버지, 내 통장에 있는 돈과 대출까지 받아 1만8000주(2억1600만원 규모) 청약에 넣었다”며 “공모주를 많이 받는다면 대출이자를 내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이날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5조7709억원 증가한 60조5270억원을 기록해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폭은 지난해 1월 29일 5조8764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60조9633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용융자도 4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전거래일보다 852억원 증가한 16조2151억원으로 16조원대를 또다시 돌파했다. 시중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던 유동성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몰린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가 촉매제가 됐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른 투자처에 유인동기가 생기면 자금이 분산될 텐데 투자할만한 대상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증시에서) 유동성 파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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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주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내야 하는 계약금인 청약 증거금은 통상 청약 신청금액의 50%다. 주식은 청약 경쟁률에 비례해 배분된다. 투자금이 많을수록 배정받는 주식이 많아지는 구조다.
이날 경쟁률(427.45대 1)을 적용하면 1억원 청약 시 19주를, 1000만원을 청약하면 1주를 배정받게 된다. 경쟁률이 834대1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1000만원을 청약하면 1주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만약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이라면 1억원 청약 시 8주를, 5000만원 청약 시 4주를 받는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1478대 1)을 적용하면 1억원 청약 시 5주를 받을 수 있다. 2000만~3000만원을 청약하면 1주만 손에 쥘 수 있다.
청약을 대기하던 개인투자자 김 모(36)씨는 “집 담보 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주변 만류에 접었다”며 “대출을 받기엔 이미 늦었고 가진 돈으로는 한주나 겨우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카오게임즈가 첫날 ‘따상’을 기록하면 6만2400원으로 공모가 대비 주당 차익은 3만8400원 수준이다. 증거금 1억원 넣어서 8주를 받았을 경우 총 평가차익은 30만7200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