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 멤버이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신임 대표 후보의 전문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신 회장에 대한 한미약품 내부 반발이 여전하고 박 대표에 대한 임직원들의 지지세도 강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말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 선임이 확정될 경우 이후 조직 통합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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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에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를 한미약품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황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은 오는 31일 열릴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진에 대한 인선도 함께 논의했다. 임기가 끝나는 인사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박명희 이사 △김태윤 감사위원장 △윤영각 감사위원 △윤도흠 사외이사 등 5명으로 파악된다.
이사회는 이 가운데 김태윤 감사위원장을 연임시키고 나머지 4인은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규 이사 후보로는 △황상연 대표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채이배 전 국회의원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등이 거론됐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최대주주로 지분 41.42%를 보유했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 회장 측이 한미약품 지분 8.67%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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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표 교체가 확정될 경우 한미약품은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맞게 된다. 황 대표는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경력을 시작한 뒤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다만 종근당홀딩스 대표 재임 기간이 약 1년에 불과했고 회사 성격이 투자회사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제약사 경영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서는 임종훈 사장이 황 대표의 전문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가 이미 4자연합 내부 합의를 거쳐 후보로 올라온 만큼 선임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부 이사회에서도 이견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임 대표 선임 이후 조직 내부 통합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박 대표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형성된 반면 신 회장에 대한 반발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다른 전통 제약사에 비해 폐쇄적인 문화는 아니지만 내부 출신을 중시하는 경향은 분명하다”며 “박 대표를 지지하는 내부 분위기 속에서 외부 인사가 대표로 들어올 경우 조직 장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미약품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향후 신임 대표와 임직원 사이의 융화가 회사 가치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제약사 경영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주총 이후에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는 일부 임직원들이 신동국 회장의 경영 개입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신 회장의 사과와 경영 간섭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 의사를 드러냈다.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냈다. 이날 한미타워빌딩 1층 로비에는 “한미 이사회는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이익을 우선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