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개최되는 방안으로 조율 중인 가운데,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차관이 대북 방어와 국방 지출 측면에서 한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라 그의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제시할 ‘안보 청구서’의 밑그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외교가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최근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의 통화를 평가하며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와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한미)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유사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대북방어를 책임져 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콜비 차관은 재야 시절부터 북한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억제력(핵우산)을 계속 제공하되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방어하는 역할은 한국이 더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난다고 가정할 경우, 해군력이나 공군력 위주의 전투가 되면서 미국과 함께 주일미군이 투입될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이나 러시아 등 확전 위협을 방어하고 전선을 지키는 방식으로 기여를 하게 될 텐데,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우리의 지형적 특성과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 직접 견제 요구에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해 더 역량을 투입할 의지가 없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물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꺼낼 수 있어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방지출’ 관련 언급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한 가운데,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며 압박할 가능성으로 읽힌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만일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로 늘리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의 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
콜비 차관의 언급은 이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시화할 전망이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고 2기에서도 중용돼 미국 국방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언급한 ‘동맹의 현대화’, ‘공동의 위협에 대한 방어’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로 치환될 경우, 더 즉흥적이고 거래적인 방식이 될 수 있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회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GDP 대비 5%라는, 일종의 국방비 인상의 기준을 정해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축소 등의 카드로 압박해 비용과 분담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도 마지노선을 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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