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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 성과에도…초(超)고환율 암초
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1560원대까지 치솟았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중동 정세 불안과 강달러 기조가 겹치며 원화 약세가 심화한 결과다. 면세점은 브랜드에 판매 공간을 임대하는 백화점과 달리 상품을 직접 매입해 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운영한다. 통상적으로 고환율은 매입 원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환율 적용에 따른 소비자 부담까지 키우는 요인이다.
가까스로 회복 국면을 맞은 면세점들은 노심초사 중이다. 올해 1분기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 12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현대면세점까지 모두 흑자를 내며 국내 주요 면세점 4사는 사상 처음으로 1분기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방향을 틀고 송객수수료를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온 결과다.
다만 이는 최근 1500원대 환율이 본격 반영되기 이전의 성과다. 일각에선 환율이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환율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환율도 업계에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이를 내부적으로 흡수하거나 자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는 기준환율 인상과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앞세워 방어 중이다. 기준환율은 원화로 매입한 국산 브랜드를 달러 판매가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환율로, 이를 높이면 달러 표시가가 내려간다. 면세업계는 지난해 말 1350원이던 기준환율을 14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3월 1450원까지 추가 상향했다. 여기에 구매 금액에 따라 할인 혜택을 주는 환율 보상 프로모션도 확대했다.
환율 방어 총력전…“근본적인 제도 개선 필요”
다만 이런 조치는 단기 방어책에 가깝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늘어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매출 감소 위험을 떠안게 된다. 더욱이 국산 브랜드 매입 가격은 그대로인 반면 달러 표시 판매가만 낮아지면 마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율 보상 역시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인 만큼 장기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사실상 추가로 꺼낼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십 년 넘게 유지해온 가격 표시 체계를 원화 표시제로 손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가격을 달러로 표시하지만, 원화 표시제는 이를 원화로 바꾸거나 병행 표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가격 체계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 하이난 등 주요 면세 시장이 자국 통화 기반 체계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국내 면세점은 여전히 달러 중심 체계다.
단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면세업계는 지난 4일 재정경제부와의 간담회에서 면세점 특허수수료 부담 완화와 여행객 면세 한도 확대, 면세점 운영 관련 규제 개선 등을 건의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관련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원화 표시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살피고 있지만 아직 검토 단계”라며 “가격 표시 방식과 환율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브랜드 협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는 다양한 대응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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