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재판부(재판장 정준영)가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삼성전자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은 “삼성의 위기”라며 “다들 사기가 저하돼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는 것인데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진짜 총수 공백 상황이 와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들어서면서부터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눈을 감고 있기도 하고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앞만 보고 있기도 했다. 2년6개월 실형이라는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지자 이 부회장은 바닥을 응시하며 침묵을 지켰다.
이 부회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최후 진술 기회도 생략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바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법원 지하 구치감에서 약 1시간 동안 대기한 후 3시50분쯤 호송버스에 올라 의왕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당초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짧게 입장을 밝힐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법정구속되면서 소감을 듣기는 어려워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면서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25일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뉴삼성의 기대감이 있었다. 3남 중 막내로 치열한 후계경쟁을 거친 고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이 부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돼 실질적인 총수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글로벌 네트워킹이나 글로벌 트렌드 등을 읽는 것을 원활히 하지 못했는데 또 이렇게 구속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IT업계 등 변화가 빠른 업종은 6개월, 1년이 나중에 10년, 20년의 차이를 만들어 큰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선고에 앞서 재계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선처가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잇달아 냈으나 이날 재구속으로 무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