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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권익 신장은 여가부 설립의 주요 배경이었지만 보다 넓게 보면 여가부의 기능은 사회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돼 온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여가부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여성·청소년·가족 대상 정책 가운데서도 그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을 위한 정책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학교 밖 청소년·이주배경 청소년·다문화가족·한부모가족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 후보자에게 제기된 ‘갑질 의혹’은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공감 능력을 갖췄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차기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자질 역시 단순한 행정 경험이나 정무적 감각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복합적 차별과 배제를 겪는 이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을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여가부 폐지론에 선을 긋고 오히려 외연을 넓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방향 속에서 시민사회는 비동의강간죄, 차별금지법 등 기존의 전통적 젠더 정책 역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성평등 의제에 대한 비전과 정책 추진력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 기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수장이 시대적 요구가 된 셈이다.
대통령실은 조속히 후속 인선을 단행하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논란이 적은 인물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젠더 감수성, 정책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수장에 올라야만 여가부의 기능과 존립에 대한 설득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요구는 분명해졌다. 후속 인선은 인물 교체를 넘어 이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