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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민 눈높이' 맞는 여가부 장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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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5.07.24 16:47:39

강선우 결국 자진사퇴..국민 눈높이 맞는 자질 질문 던져
여성·청소년·가족 중 취약계층 전담…'을의 시선' 필요
성평등부 확대에 전통적 기능도…후속인선 진짜 시험대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진사퇴 소식이 전해진 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이었다. 임명의 문지방을 밟고도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건 대통령실과 여당의 예상보다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던 민심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당, 정의당 등 진보 진영과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여성단체까지 전방위적인 사퇴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의원의 ‘갑질 논란’은 인사 실패라는 점에서는 소모적 결과를 남겼지만 ‘어떤 사람이 여가부 수장이 돼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가부는 지난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존폐 논쟁에 휘말리며 장관 자리는 16개월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명칭에 담긴 ‘여성’이라는 단어는 때문에 젠더 이슈와 결부돼 정치 쟁점화가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부처의 고유 기능은 크게 위축됐다. 이 부처를 이끌 사람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여성 권익 신장은 여가부 설립의 주요 배경이었지만 보다 넓게 보면 여가부의 기능은 사회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돼 온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여가부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여성·청소년·가족 대상 정책 가운데서도 그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을 위한 정책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학교 밖 청소년·이주배경 청소년·다문화가족·한부모가족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 후보자에게 제기된 ‘갑질 의혹’은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공감 능력을 갖췄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차기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자질 역시 단순한 행정 경험이나 정무적 감각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복합적 차별과 배제를 겪는 이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을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여가부 폐지론에 선을 긋고 오히려 외연을 넓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방향 속에서 시민사회는 비동의강간죄, 차별금지법 등 기존의 전통적 젠더 정책 역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성평등 의제에 대한 비전과 정책 추진력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 기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수장이 시대적 요구가 된 셈이다.

대통령실은 조속히 후속 인선을 단행하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논란이 적은 인물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젠더 감수성, 정책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수장에 올라야만 여가부의 기능과 존립에 대한 설득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요구는 분명해졌다. 후속 인선은 인물 교체를 넘어 이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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