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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를 전망치로 제시했던 OECD가 불과 수개월만에 한국 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은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충격이 만만찮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03년과 달리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도 원인이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에 달하며 방한 관광객 중 중국인은 3분의 1이 넘는다. OECD는 중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5.7%)보다 0.8%포인트나 낮은 4.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올해 세계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국인 중국 뿐 아니라 주변국들에 대형악재로 등장한 상태다. 중국발 코로나19 쇼크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까지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2.9%에서 2.4%로 0.5%포인트 낮췄다.
그나마 OECD는 후한 편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중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낮춘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한국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2.1%에서 0.8~1.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ING그룹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0.5%포인트 내렸다.
국내 예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내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반영한 조치다.
한은 발표 이후 국내 금융투자시장도 한국 성장률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SK증권(001510)·키움증권(039490)(1.9%), DB금융투자(016610)(1.8%), 교보증권(030610)(1.7%) 등은 기존 2.0~2.2%의 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했다.
충격이 집중된 올해 1분기에는 역성장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성장률은 전분기대비로 측정하는데 지난해 4분기(1.2%)가 높았고 코로나19 여파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도 지난달 27일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코로나19 관련 “단기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0.4%)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대응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일 단위로 점검 중인 실물지표에서 한국 경제 어려움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경제활동과 심리가 급속하게 냉각되는 양상”이라면서도 “지금 성장률을 몇퍼센트로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두차례 대책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추경안을 편성해 내수 부진을 해소할 방침이다. 세금을 지출해 벌이는 사업의 규모는 2015년 메르스 당시인 6조2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다만 추경 등 재정지출 만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만회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반기 조기 집행하는 예산이나 예비비 등을 통한 대응도 가능하다”며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확률이 높은데 (이른 추경으로) 하반기 대응 여력이 없어 연간 2%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