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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후보 캠프 백서’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렸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국회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은 최대 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5시간30분 단식’에 대한 조롱과 당내 일부 이견으로 연휴 기간 농성 지속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문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면서 여론을 반전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당, 靑 앞에서 “文정권 태생부터 조작정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소집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수사를 위한 추가 특검 도입’에 대해 “앞으로 당 전략으로 내부 회의를 해보겠다”면서도 “문 대통령께서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와 어디까지 아는지를 설명해주고 답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들께서는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지근 거리에 있었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이제 대통령께서 해명하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인 판사 출신 여상규 의원은 의총 현안보고에서 “김 지사가 문 대통령 최측근 행세를 했고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대선에서 댓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며 “결국 대통령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 의원은 현직 대통령을 소추하지 못해도 수사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의총을 이어가면서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 선거 운동이고 대규모 민주주의 파괴”라며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은 태생부터 조작·위선정권”이라고 규탄했다.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 이어 24%를 득표해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댓글과 여론 조작을 막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 풍토 조성을 위해서도 특검의 성역 없는 재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당 대표가 되면 전 당원의 뜻을 모아 ‘김경수 윗선을 밝힐 특검 관철’과 ‘부정선거 진상 규명’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현역 지사 웬만큼 중하지 않으면 구속 안 해”
다른 야당들도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면서 비판에 동참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으셔야 한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를 위하여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판결 불복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현재 김 지사 1심 선고 재판장의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 비서실 근무 이력을 내세워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대통령 직접 수사와 특검 도입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저런 태도는 말이 안 되고 여당으로서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지금 대통령 수사나 대선무효를 얘기하는 건 너무 멀리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 일각에서는 현직 광역단체장을 1심에서 법정 구속한 만큼 2심과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무죄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 역시 나온다.
율사 출신의 한 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아무리 판사라고 해도 현역 선출직에 대해서는 행정 공백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집권당 현역 지사인데 웬만큼 죄가 중하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구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심에서 형량이 낮아질 수는 있어도 완전 무죄로 뒤집기는 힘들다”며 “양형을 다투는 게 아니라 법리만 검토하는 대법원에서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해서 결과를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