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시설의 투자계획이 구체화하면서 애초 예상보다 26.8기가와트(GW)의 전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 19기의 설비 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향후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송전망과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확충할 수 있을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원전 19기 규모 추가 전력 수요 발생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제5차 ‘전력수요 재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잠정안을 공개했다.
최용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끄는 수요계획소위원회에 따르면, 2040년 전력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847.3테라와트시(TWh), 상향 시나리오에서 885.1TWh 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치인 657.6~694.1TWh보다 최대 191.0TWh 늘어난 규모다.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순간의 수요를 뜻하는 최대전력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158.4GW, 상향 시나리오에서 165.0GW로 제시됐다. 기존 전망치 138.2GW와 비교하면 각각 20.2GW, 26.8GW 늘어난다.
26.8GW는 현재 건설 중인 대형 원전인 AP1400의 설비용량(1기당 1.4GW)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9기 규모다.
이번 재전망에서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다. 정부는 지난 6월 잠정 전망을 공개한 이후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해 새롭게 구체화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반영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용인 클러스터 조기 준공, 호남권 클러스터 신규 조성, 평택·청주 팹 증설 등의 투자계획을 재조사한 결과 계약전력 기준 약 40GW의 잠재수요가 파악됐다. 이 가운데 투자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이 중 36.8GW를 우선 반영했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에서 추가되는 2040년 전력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170.5TWh, 최대전력은 24.6GW 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인 29.3TWh, 4.0GW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주요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기업들이 제시한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은 계약전력 기준 2040년 20.8GW 규모다. 정부는 이 가운데 사업이 구체화된 1단계 목표 10.8GW를 이번 전기본에 우선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100.6TWh, 최대전력은 14.2GW로 전망됐다.
추가 원전 건설 필요성 논의도 본격화
이날 오전에 열린 4차 정책토론회에서도 단순한 전력 수요 대응을 넘어 발전·송전망·전력시장 등 전력산업 전반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발제를 맡은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전기국가는 단순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가 아니라 전력 생산·송배전·저장·활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산업·안보·기술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국가”라고 제시했다.
이처럼 전력수요 전망이 대폭 상향되면서 추가 원전 건설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에 반영돼 최근 부지가 확정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에 더해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12차 전기본에 담을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 확보를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칩이나 AI 데이터센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음먹으면 2~3년이면 할 수 있지만 전력을 준비하는 일은 훨씬 더 오래 걸린다”며 “전력을 단순히 산업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과제로 삼고 안보자산화하면서 인공지능 시대,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10월까지 전기본 정부안을 마련한 뒤 연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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