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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측은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의 반대와 관련,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5월 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대통령집무실의 용산시대 의지도 재확인했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이후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추진해온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문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된 만큼 양측 갈등이 불가피하다. 윤 당선인이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추진의사를 재확인한 지 하루 만에 사달이 났다. 청와대는 같은 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용산 이전에 협조할 듯했으나 반나절 만에 입장을 바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충돌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 성사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주 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갖자”고 제안하며 급물살을 탈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외부로 공지했던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무산된 것은 전례가 없었으며 이미 두 사람은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중 가장 늦게 만나는 사례다.
애초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으로 양측 갈등 요소인 사면·인사권 문제에서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청와대 용산 이전이라는 난맥이 추가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청와대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기말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 견해차도 크다. 청와대는 “임기중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나 당선인 측은 ‘알박기 인사’로 맞서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늦어지는 것은 양측 모두에 이로울 것이 없다. 문 대통령은 레임덕 극복을 위해 윤 당선인의 지지가 필요하며, 윤 당선인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가운데 신구권력이 갈등하는 모양새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두 사람의 만남이 ‘형식적 회동’에 그칠 가능성도 커진다. 정치적 현안 혹은 정책 의제 없이 전격적으로 회동해 덕담만 나누며 모양새를 갖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역대 대통령·당선인 중 가장 짧게 회동할 수도 있으며 양측 모두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청와대는 회동 실무협의와 이날 발표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의견 발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핵심관계자는 “이 문제는 전체적으로 우리 정부의 아주 모범적인 인수인계와는 별개의 것”이라며 “안보 문제는 저희가 모범적인 인수인계를 다 잘하는 가운데, 아직 더 세밀하게 검토되고 해야 할 이 문제는 전체적인 흐름 속의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