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오는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심거래보고(STR)시점, 이행조치 규정 등을 명확히 했다.
특히 실명확인계좌 발급 예외 규정을 통해 중소 거래소들이 완화마켓 외에 비트코인(BTC)마켓, 테더(USDT) 마켓 등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오더북(거래장부) 공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돈 안바꾸면 계좌 없어도…“CC마켓만 운영하면 생존 가능”
금융위원회는 17일 가상자산 등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18일부터 3월 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령에서 STR 보고시기를 `지체 없이`라고만 규정했던 부분을 `3영업일 이내` 보고하도록 구체화했고, 가상자산의 가격산정 방식을 마련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의무의 예외 사유를 규정했다.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통해 중소 거래소들이 따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원화마켓과 함께 코인간(CC) 마켓을 같이 운영하던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 실명확인계좌를 못 받으면 원화마켓을 포기하고 CC마켓만 운영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
◇`오더북 공유` 금지에서 한발 물러나…제한적 허용 시사
가상자산사업자의 이행조치 규정 사항에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 매매·교환을 중개하고자 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다른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 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일 것 △자신의 고객과 거래를 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등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특금법 시행령에선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사업자의 고객과 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에이프로빗 등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 공유를 중단했고, 바이낸스KR은 낮은 거래량에 오더북 공유 중단 이슈까지 더해지며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해왔다. 후오비 코리아 등 글로벌 거래소의 국내 법인은 오더북 공유가 필요한데 무작정 제한을 할 수는 없고, 해외 거래소로 국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금융당국이 수용해 예외 조항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오더북 공유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 만으로는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가 허용됐다고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조건 금지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허용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해외 거래소랑 연결할 경우 해당 나라의 인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수준이 FATF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느냐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신고 요건의 핵심이 되는 실명확인계좌 발급의 `키`가 여전히 은행의 손에 맡겨져 있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플라이빗, 탐스업, 포블게이트, 지닥 등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는 등 특금법 준비에 분주하지만 은행이 계좌를 내주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어쩔 방도가 없기에 금융당국이 계좌 발급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는 3월 25일 법 시행 이후 6개월 이내 FIU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3개월 이내에 신고 수리여부를 통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내에는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아 신고서를 접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 외에 계좌를 새로 받은 곳은 전무한 가운데, 은행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선뜻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 받으니까 돈은 되는데, 벌어들이는 이득 보다 져야 하는 책임이 큰 상황이라 선뜻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것 같다. 업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는 하나 은행의 움직임이 없어 대부분의 거래소는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점이다. 그는 “폐업 기준이 딱히 없어 나가는 마당에 고객 돈을 열심히 돌려주려는 업체가 있겠나”라며 “대량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