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안에는 전기차 보조금 요건과 연계해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적용 대상에서 배터리는 일단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신 전기차에 사용되는 부품 가운데 최소 3개 이상을 유럽산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절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내 부품 구매 비율이 확대될 경우 중국 기업은 생산시설을 유럽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유럽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할 경우 생산 비용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교통·환경 캠페인 단체인 T&E(Transport & Environment)도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T&E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산(Made in EU) 요건이 강화되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 효과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현재 중국산 배터리는 유럽산보다 최대 90% 저렴하게 공급되기도 하지만,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 가격 격차는 30% 이내로 좁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로서는 이번 정책 변화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1%에 달했던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약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되며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의 성격에 대해 “결국 유럽이 자국 내에서 제품과 부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며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를 겨냥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나 배터리를 배제하려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우리 기업에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 틈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확대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기업에 유리한 조건만 담긴 것은 아니다. 초안에는 외국 기업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1억 유로(약 1700억 원) 이상 투자할 경우 EU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외국인 의결권을 49%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유럽 현지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기술 보호 전략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정책이 기회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성비와 기술력을 갖춘 배터리,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