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국내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이 IT인프라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대거 전환한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3년 전 대한항공이 대형 항공사 최초로 클라우드 ‘올인’을 선언한 이후 게임 등 스타트업이 아닌 전통 기업이 IT인프라를 클라우드로 대거 전환하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클라우드란 서버 등 IT인프라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운영해온 IBM의 데이터센터 활용도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9일 AWS와 일종의 대량 구매 할인 계약인 ‘AWS 엔터프라이즈 디스카운트 프로그램(EDP)’ 계약을 맺으며 국내 최대 파트너사인 메가존클라우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가존클라우드는 AWS 클라우드 등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이다.
기술 협상이 결렬되지 않는 한 아모레퍼시픽은 메가존클라우드와 오는 4월 1일 최종 계약을 맺고 향후 2년에 걸쳐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IBM과 맺은 송도 데이터센터(IDC)의 IT아웃소싱 서비스 계약 기간이 내년 12월로 종료되는 데 따른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20년 가까이 한국IBM에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련된 IT아웃소싱을 맡겨왔다. 그러다 약 3년 전쯤부터 일부 업무에 AWS 등 여러 클라우드를 도입해오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사용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 규모는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후속 사업에 따라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업으로 향후 아모레퍼시픽의 데이터센터에 있던 대부분의 IT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IT인프라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쉽게 활용하며 민첩하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IBM과의 IT아웃소싱 계약 종료 전까지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차원”이라며 “클라우드 전환이 모두 성공한다면 데이터센터는 폐기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IBM으로서는 대한항공, 한국투자증권 등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까지 또 하나의 대형 IT아웃소싱 고객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아모레퍼시픽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경우 IBM이 IT아웃소싱을 맡아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IBM의 장기 IT 아웃소싱 고객이었던 대한항공도 모든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면서 IBM과 ‘결별’한 바 있다. 이후 대한항공은 LG CNS 등과 손잡고 3년에 걸쳐 AWS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다. 상반기 내 모든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엔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클라우드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클라우드가 스타트업의 전유물이 아닌 그야말로 IT를 사용하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등 수요로 인해 클라우드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조사 업체 IDC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수요 변화’ 조사 결과 국내 응답자의 45.3%가 클라우드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며 국내 대기업 시장에서도 약진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AW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32%를 기록했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20% 점유율을 가져가며 추격하고 있지만, AWS는 지난 4년간 꾸준히 32~34%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과 관련해 AWS코리아 측은 “계약 건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