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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가 특히 난항을 겪는 부분은 ‘고영향 AI’에 대한 판단이다. 인공지능기본법상 고영향 AI는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이다. 법에서 ‘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 또는 판단’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과기부의 시행령 입법안에 그 이상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과기부 장관이 고영향 AI 여부를 판단할 때 기본권에 가져올 위험의 영향·중대성·빈도와 영역별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이 기본권 안에 재산권이 들어가는지, 중대성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가늠이 어렵다. 백연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인공지능시스템이 최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최종 결정을 하면 고영향에 자동으로 해당하지만 ‘상당한 영향’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며 “신용공여의 범위가 넓어 신용대출, 담보대출, 카드론 등 직접 대출뿐 아니라 리스·할부·연체결제 구조까지 포함한다는 점도 문제다. 기준의 모호성과 과도하게 넓은 적용범위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금융권의 목소리를 전달할 금융당국이 국가 AI관련 의사결정 기구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과기부 시행령안에 따르면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구성하는 13개 중앙행정기관장에서 금융위원장은 빠져 있다. 백연주 연구위원은 “고영향 AI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금융당국의 AI 관련 공무원이 포함되지 않거나 부처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권으로서는 절차의 복잡성과 소요 시간이 과다해질 수 있다”며 “과기부 장관의 재량적 고영향 판단에 따라 대출 심사 외 보험 가입심사, 사기탐지시스템 등 다른 활용 사례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것도 이슈다”고 짚었다. 금융활동 자체가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그에 대한 해석은 과기부가 담당함으로써 금융영역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이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금융사가 출시한 생성형 AI 대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을 할지의 문제점도 남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9개 금융사의 10개 혁신금융서비스를 첫 지정해 업계의 혁신 노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내년 법 시행으로 고영향 AI는 이용자 표시와 안전성 확보 조치, 사전 인·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혁신금융 취지와도 정합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금융 계산기, 시중은행의 AI청약상담원 등 이미 나온 서비스는 추가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 각 금융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고객 서비스 출시에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임직원의 업무 보조용 AI 활용, AI 대전환을 위한 성과지표체계 개선이나 문화 확립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고객 서비스는 법규제 리스크 때문에 속도 조절을 하려고 한다”며 “최소한 금융권 공동 가이드라인이 확정적으로 나와야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과거의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과 7대 원칙 등을 통합해 인공지능기본법·시행령에 맞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공지능기본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일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면 금융권은 업계 특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것이다”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 금융위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 의견을 두루 반영한 신규 금융권 AI 가이드라인을 협의 중으로 행정지도나 자율규제 등의 형식으로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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