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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기반 TK 챙긴 朴…‘통합당으로 태극기도 뭉치라’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유일한 소통창구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낭독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공식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탄핵 책임을 놓고 사분오열됐던 보수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입장을 내줄 것을 빗발치게 요구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3년 가까운 수감기간 동안 긴 침묵을 지켰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확진자가 수천명이나 되고 30여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 들었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TK)을 명확히 언급하며 아픔을 표현한 것은 TK가 자신의 최대 정치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이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의 관계 악화는 나라 미래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현 ‘문재인 정부’를 무능·위선·독선적이라고 힐난한 셈이다.
그간 자신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 가져올 수 있기에 침묵했다던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 태극기세력도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뚜렷하게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 삶이 고통 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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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불과 4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첫 옥중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총선에 참전했다”고 표현하며 명확히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전신)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압승을 이끄는 등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점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통령 서신 발표 후 보수정치권은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더 큰 보수통합을 예고했다. 김문수·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와 ‘친박 좌장’ 무소속 서청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통합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반겼다. 친박신당의 홍문종 대표는 뚜렷한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거대 야당과 같이 상의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라는 말씀”이라며 힘을 실었다.
다만 태극기 세력이 포함된 보수통합이 총선에서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보수통합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극우 보수’로 분류되는 태극기 세력이 합류할 경우 오히려 중도세력이 이탈해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도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이 찢어지는 등 (태극기 세력 내에도) 분열될 요소가 많다”며 “보수결집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총선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3년 가까이 감옥에 있는 것은 너무했다는 동정론이 있는 만큼 보수의 총선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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