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슈퍼CEO식 국정운영…"우려 목소리 커져"

임유경 기자I 2025.08.13 16:03:47

엔비디아, 인텔, 애플 등 개별 기업에 직접 개입
연준 같은 독립성 보장받는 기구도 압박
내각 장관들에게조차 권한 위임 안해
개인에 의존한 경제 정책 특혜·부패 위험 키워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외교, 치안 등 국정 운영 전반에 최고경영자(CEO)식 직접 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이 대통령 개인에 의존한 경제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특혜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판매 거래에 직접 개입한 사실은 미국 경제를 직접 관리하려는 그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인공지능(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직접 이 ‘수출세’ 비율을 협상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제이슨 퍼먼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인물로는 매우 이례적인 경제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규제와 다름없지만 매우 임기응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립부 탄 인텔 CEO의 사퇴를 압박하거나 팀 쿡 애플 CEO로부터 미국 내 1000억 달러 추가 투자 발표를 이끌어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경제 개입 사례라고 WP는 꼽았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회장은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산업 수준에서의 개입이 아니라 개별 기업에 대한 개입이며 이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은 대통령의 역할을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최고의 거래 중개인’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 CEO’ 행보는 경제 정책 방향 설정과 실행에 있어서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부과할 관세를 직접 결정·조정했다.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고용통계 수치에 불만을 품고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즉시 해임한 것도 강한 CEO형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문제는 경제 정책이 단일 개인에 의존할 때 기업들이 합법적 또는 불법적 수단을 통해 특혜를 얻으려 시도하면서 부패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론자들은 일부 기업들이 트럼프 일가와 관련된 가상자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전 의회 예산국(CBO) 수석 경제학자 웬디 에델버그는 “관세가 있는 곳에는 예외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예외가 있는 곳에는 로비스트들이 많다”며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정치인에게 매우 수익성이 높은 일이 될 수 있다. 예외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직접 개입은 전통적으로 전문가·관료들이 맡아온 영역에까지 개인적 흔적을 남기려는 것으로 경제 분야를 넘어 외교, 치안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알래스카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 수도 워싱턴 DC의 치안을 연방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홀츠-이킨 회장은 “대통령은 내각 장관들에게조차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사안에 직접 개입하면 성과는 적고 결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미국 경제가 “목표 없이 방황”한 것으로 묘사되던 것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운전대에서 잠들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경험했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수조 달러의 신규 투자, 역사적인 무역 협정, 수백억 달러의 관세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리더십이 미국을 위한 새로운 황금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세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일자리 및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 ‘지지한다’는 40%로 나타났다. 이는 취임 초 지난 1월 조사보다 불만을 가진 응답자(39%)가 크게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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