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노모토 생산라인 풀가동…AI·고사양 제품 우선 배정 TSMC도 메모리 이은 차세대 공급 병목으로 지목 AI칩 대형화에 패널당 기판 생산 270개→20개 삼성전기, ABF 확보·대면적 기판 수율이 증산 관건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이 웨이퍼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패키지기판용 절연필름으로 번지고 있다. AI칩이 갈수록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기판 한 장에 들어가는 절연필름은 늘어나는 반면, 핵심 소재 생산라인은 이미 완전가동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ABF가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아지노모토 홈페이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아지노모토는 최근 ABF(Ajinomoto Build-up Film) 공급 부족에 따라 한정된 물량을 AI·고사양 제품에 우선 배정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지노모토는 전 세계 고성능 반도체용 ABF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물량 배정이 바뀌면 기판업체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지노모토의 ABF 생산라인은 올해 2분기 기준 사실상 풀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BF는 아지노모토가 개발한 반도체 패키지기판용 절연필름이다. 기판업체들은 이 필름과 미세 배선층을 여러 겹 쌓아 GPU·CPU와 서버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성능 기판인 ‘FC-BGA(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를 만든다. 엔비디아가 지난 5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서 고사양 ABF 기판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AI칩의 크기가 커질수록 같은 생산 패널에서 만들 수 있는 기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515×515㎜ 크기의 패널 한 장에서 면적 830㎟인 기판은 270개를 만들 수 있지만, 기판 면적이 1만㎟로 커지면 생산량은 20개로 감소한다.
2028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 ‘페인먼’ 등 차세대 AI칩의 기판 면적은 2026년 제품보다 3~5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서버 출하량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칩 하나에 필요한 기판 면적이 크게 늘어 전체 기판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지노모토가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용 층간 절연필름 ‘ABF(Ajinomoto Build-up Film)’. (사진=아지노모토)
AI칩용 기판 면적별 생산 가능 수량. (그래픽=김정훈 기자)
반면 기판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ABF 공급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지노모토는 일본 기후현에 가와사키·군마에 이은 세 번째 ABF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착공은 2028년, 가동은 2032년으로 각각 예정돼 있다. 당분간 고사양 ABF와 이를 활용한 패키지기판 공급이 빠듯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부산사업장과 베트남 공장에서 ABF를 활용한 고사양 FC-BGA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법인에 약 12억달러(1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FC-BGA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설비 확충뿐 아니라 ABF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대면적 기판의 수율을 높이는 것이 실제 공급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기는 이미 고사양 FC-BGA를 양산하고 있어서 ABF 물량 우선 배정에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적기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칩이 커질수록 기판 면적과 배선층이 함께 늘어나 ABF 사용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공급 부족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를 경우 이를 기판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느냐가 업체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