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 지명자가 미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톱다운’ 방식의 도널드 트럼프식(式) 비핵화 협상 노선 지우기를 예고하면서 초기화되는 북미관계 판을 흔들 북한의 대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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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보여준 ‘브로맨스’나 3차례 정상회담 등의 ‘파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단계별 접근하면서 실무협상을 우선순위에 두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도 최근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대화의 공을 미국에 넘기면서 당분간 버티기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8일간 치러진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강대강·선대선’ 기조의 조건부 관계 개선론을 내놓았다.
북한은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연설(한국시간 21일 오전 1시30분)을 주시하며 향후 대미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임사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 방향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미 전략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3중고(제재 장기화·코로나19·자연재해)에 처한 북한으로썬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만큼 대치 국면을 이어갈지, 대화 모드로 복귀할지를 두고 북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 시발점은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북미 간에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한미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나 개최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란 핵 합의 당시 유럽이 이란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듯 중국이 협상에 적극 나서야 진전을 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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