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구속에 잃어버린 10년 현실화 된 삼성

신민준 기자I 2021.01.18 17:14:10

3년 만에 총수부재 악재 또 발생 …뉴삼성 비전 실행 차질 불가피
대규모 M&A·투자 차질과 글로벌 기업이미지 타격 우려
비상경영체제 돌입…사업지원TF 구심점 역할 가능성도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결국 현실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외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재판도 받아야 하는 만큼 삼성을 짓누르는 사법리스크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뉴(New)삼성 비전 실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년 만에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다시 맞닥뜨린 삼성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대외 신용평가와 해외 네트워크 타격 우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 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3년 만이다.

삼성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법리스크를 겪으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별검사에 기소돼 재판에 8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뉴삼성의 비전 실행은 하염없이 미뤄지게 됐다. 삼성은 180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명 채용,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등을 통해 뉴삼성의 비전을 달성하려고 했다. 뉴삼성 비전을 앞세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삼성은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등 신사업과 관련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규모 M&A는 조단위 규모의 거래인 만큼 총수의 경영적인 판단이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경쟁기업들은 이미 M&A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기업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AMD는 반도체설계기업 ARM과 자일링스를 400억달러(약 47조원)과 350억달러(약 39조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부품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인수한 이후 4년 넘게 1조원 이상의 대규모 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으로 구속되는 등 사법리스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이 글로벌 투자나 M&A를 추진할 때 대외 신인도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또 삼성물산(02826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연루된 기업의 신용도 하락도 우려된다.

올 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삼성 계열사들의 선방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아리비아와 아랍에미트(UAE)·일본·인도 등 삼성이 오너십을 중심으로 쌓아올린 국가적 해외 네트워크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가전·전장사업장 등 현장 경영 무기한 연기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현장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평택과 수원 사업장을 직접 들러 반도체와 6세대(6G) 이동통신ㆍAI 등 미래 먹거리를 차례로 챙겼다. 이 부회장은 가전과 전장부품 사업장 등도 차례로 둘러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당시 삼성은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연루를 이유로 해체된 미래전략실 이후 신설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부활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IT업계의 6개월, 1년은 나중에 10년, 20년이 될수 있다. 큰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등과 관련된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재판 결과에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참담하고 씁쓸하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