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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000선이 붕괴된 29일 한국 증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속절없이 하락하는 코스피 지수에 개인 투자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량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증권가에선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위안화 강세와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낮은 지수를 버티지 못한 개인의 ‘패닉셀’까지 합쳐지며 2000선 붕괴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 ‘주가하락→반대매매→지수하락’ 악순환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1993.77까지 내려가며 연중 최저점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현 지수는 확정 주가자산비율(PBR) 0.87배 수준으로 확정 PBR 기준 0.81배를 기록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중국 위안화 강세가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류용석 KB증권 시황컨설팅팀장은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으로 가고 있고 중국 증시가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위안화 약세와 미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지수가 떨어진 것”이라며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고 미국 시장이 강한 반등을 일으켜야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의 강한 매도세도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는 판단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장기간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기관이 매수하고 있음에도 개인이 낮은 지수를 못 버티고 팔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이날 각각 1607억원, 4875억원 동반 순매도를 보이며 2000선 붕괴를 주도했다. 기관은 6362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반대매매도 지수 하락의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일일 평균 반대매매는 212억원 5000만원 규모다. 지난달 일일 평균 반대매매(55억3000만원)의 4배에 육박한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내려가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반대매매가 일어나고 반대매매가 또 지수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부진한 국내 기업 실적도 지수를 끌어내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등의 종목이 실적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7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해준 역할이 컸는데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 실물경제에서도 반도체의 착시효과가 조금씩 사라질때가 됐다는 것도 기본적으로 지수를 끌어내린 이유”라고 분석했다.
◇ “반등 모멘텀이 없다”…미·중만 바라보는 국내증시
그렇지만 반등을 이끌 이렇다할 모멘텀이 없어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대외적 여건이 달라지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역시 경기 모멘텀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예고한대로 내년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준의 비둘기적 신호가 있을 경우 반등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000선마자 붕괴되는 등 코스피 지수가 국내 기업이익 대비 과도하게 내려간 것은 맞지만 현재 가격이 싸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없다”며 “밸류에이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내년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미·중 무역분쟁 해소 등의 반전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고 미국 시장이 강한 반등을 일으키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