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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의 구성은 계절의 순서에 따른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다시 봄을 기다리는 겨울.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고, 삶의 결도 다르게 흘러간다. 각 장면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제주가 살아 숨쉰다.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날’ 장에서는 장보기가 곧 여행이 된다. 순대와 자리돔을 사고, 바다를 바라보며 국수를 먹는다. ‘파품 갈치 나왔수다’에서는 생선 하나에도 살아 있는 제주 사투리가 묻어난다. 시장의 정서가 사람을 품고, 그 속에 작가의 생활이 녹아든다.
김민수는 이미 섬 여행자로 이름을 알렸다. 『섬이라니, 좋잖아요』로 섬의 미학을 말해온 그가 이번에는 사진과 글을 넘어 삶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처음부터 제주가 순탄했던 건 아니다. 잡초를 뽑고, 고요에 적응하고, 어색한 이웃에게 인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바로 그 어설픔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제주가 선뜻 허락하지 않는 섬이라는 것을 솔직히 드러낸다. 그래서 더 진실하다.
책의 배경은 서귀포 성읍민속마을. 초가집에서 시작된 생활은 괴물 같은 광어를 마주한 소동으로 이어지고, 동백오일로 만든 계란 프라이 한 접시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작지만 또렷하다. 여행과 생활의 경계가 없다. 일상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으로 녹아든다.
이 책은 관찰자가 쓴 제주가 아니다. 그 속에 들어가 살아가는 이의 언어다. 낯설고도 정다운 풍경이 그려진다. 느린 삶에 마음이 닿을 때, 독자 역시 자신만의 제주를 떠올릴 수 있다. 제주에 가지 않아도 좋다.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는 여행의 마지막이 아닌, 삶의 시작이다.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지도 한 장. 그리고 제주라는 섬이 보내는 조용한 초대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