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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美 백기사’ 확보한 고려아연…법적 공방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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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기자I 2025.12.16 19:44:03

MBK·영풍,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즉각 제기
합작법인 지분 9.99% 불과…안정성 우려
법조계 “유증 주된 목적 중요…쟁점 따져봐야”
사업확장용 목적엔 유증 인정한 판례 있어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의 미국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에 대해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투자 건의 핵심 재원 조달 방식인 합작법인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합작법인에 대한 고려아연 지분이 9.9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국책급 사업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한미 동맹이라는 대승적인 의미가 있는데다 경영권 분쟁 중이어도 유상증자의 목적이 지배권 방어보다 사업확장에 찍혀있으면 법원에서 이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9.99% 지분에 가려진 ‘우회 출자’ 논란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총 74억32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투자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 및 현지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합작법인(Crucible JV, LCC) 설립을 의결했다. 해당 합작법인은 약 2조9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 MBK·영풍은 이 구조가 지배권 방어를 위한 우회 출자라고 주장하며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배정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해당 합작법인의 고려아연 지분 취득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방어인지, 순수한 사업적 목적인지 여부다. MBK·영풍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제418조에 따르면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주주의 신주인수권 보호를 위해 제3자배정 유증은 제한된다.

해당 합작법인에 대한 고려아연의 지분이 9.99%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미국 정부와 다른 SI들이 주도해 설립하는 구조 속에서 고려아연이 실질적인 경영권이나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MBK·영풍 연합 측은 “제3자배정을 받는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가들 중에는 고려아연이 미국 내 현재 또는 장래의 고객사들의 자금이 더 많이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정관이 규정한 ‘외국 합작법인’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고려아연은 2023년 HMG글로벌 대상 유증(5272억원)에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받았으나 외국 합작법인 정관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HMG글로벌이 고려아연이 지분을 투자해 공동으로 설립한 외국 합작법인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이미 설립한 해외 계열사로 고려아연 정관이 예외적으로 허용한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유증 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관을 위반했다고 봤다.





국익이냐 주주권 보호냐…소송전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Primary Purpose)이 중요하다고 꼽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투자 결정의 주된 목적이 어느 쪽에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라며 “기업의 성장이나 새로운 투자 유치에 있는지, 경영권 방어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법원이 현대엘리베이터처럼 지배권 방어를 위한 유증엔 제동을 걸었지만, 현대중공업 사례 등에서는 사업 확장이라는 주된 목적을 인정해 유증을 허용한 선례도 존재한다.

고려아연이 한미 동맹 및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재편 전략에 탑승했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기조 속에서 철강은 일본 제철이, 비철 쪽에서는 고려아연이 미국 내 산업 안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고려아연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서플라이 체인 안에 들어가는 재무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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