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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라도 안 내"…사상 최대 월드컵, 비싼 푯값에 흥행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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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6.02 16:40:56

도시마다 수천장씩 남아…개막전도 매진 못 시켜
인기 경기만 불티…비인기는 헐값에도 외면
결승표 1663만원·재판매가 1억 넘기도
멕시코는 거의 매진 대비…美, 결국 조사 착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오는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사상 최대 규모를 내세우고도 ‘흥행 빨간불’에 직면했다. 국제축구연맹(피파·FIFA)이 도입한 입장권 고가 정책과 수요에 따라 값이 출렁이는 ‘변동 가격제’(dynamic pricing)에 팬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비싸다”고 지적할 정도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미국·캐나다 곳곳에서 표가 수천장씩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 전경. 이곳에서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과 파라과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 경기가 열린다. 대회 기간에는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사진=AFP)
표 남아도는 미국·캐나다

2일 뉴스위크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6개 개최도시별 잔여 입장권은 미국의 경우 애틀랜타가 5414장으로 가장 많았고, 필라델피아(4402장), 로스앤젤레스(4230장), 샌프란시스코(4217장), 휴스턴(3637장) 등이 뒤를 이었다.

오는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미국-파라과이 개막전조차 아직 매진되지 않았고, 가장 싼 좌석도 1000달러(약 151만원)를 웃돈다. 호텔 예약도 신통치 않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 조사에서 캔자스시티는 응답 업체의 최대 90%가 예년 여름보다 판매가 부진하다고 답했고, 보스턴·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시애틀에서도 월드컵이 객실을 채우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캐나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론토 잔여 표(3407장)의 상당수가 자국 개막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 몰려 있다. 전면 무료로 홍보했던 팬 페스티벌마저 일부 유료화 논란 끝에 80%만 무료로 되돌렸고, 프리미엄 좌석은 대거 팔리지 않았다. 현지 축구 해설자는 “지구상 최대 대회인데 지금은 (열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비싼데 변동 가격까지…푯값 ‘천정부지’

문제는 이렇게 표가 남아도는데도 값은 되레 뛰고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날 일본 대표팀 경기를 포함한 상당수 경기 입장권 값이 다시 뛰어 관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리는 일본-스웨덴전은 가장 싼 좌석 평균가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2주 새 370달러(약 56만원)에서 508달러(약 76만원)로 37% 급등했다. 일본-튀니지전(멕시코 몬테레이)도 약 36% 상승했다.

이는 피파가 고가 정책을 도입한 상황에서 변동 가격제까지 맞물린 탓이다. 수요가 몰리면 값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여서, 인기 경기일수록 이미 비싼 표가 좌석이 줄어들 때마다 더 치솟는다. 미국이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결승전 입장권은 공식 판매가가 세 차례 인상돼 최고 1만 990달러(약 1663만원)까지 뛰었고, 재판매(리세일) 시장에서는 8만달러(약 1억 2108만원)를 넘긴 거래도 등장했다.

멕시코는 거의 매진 ‘대비’…美, 결국 조사 착수

다만 멕시코는 정반대다. 멕시코시티는 잔여 입장권이 11장, 몬테레이는 5장에 불과해 거의 전 경기가 매진에 가까웠다. 물가와 숙박비가 상대적으로 싼 데다 자국 대표팀 열기가 뜨거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한데, 이는 팬들이 물가와 표값이 모두 싼 개최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례로 미국에서 남은 표 상당수는 콩고민주공화국-우즈베키스탄(애틀랜타), 이집트-이란(시애틀)처럼 인지도가 낮은 팀들의 경기에 몰려 있다. 강호가 나서는 경기는 비싸도 팔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는 헐값에도 외면받는 셈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미국 정치권도 움직였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법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입장권 가격 급등 조사에 착수, 결승전을 포함해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8개 경기의 판매 내역을 피파에 요구했다.

판매 도중 좌석 등급을 바꿔 먼저 산 팬이 손해를 봤다는 불만, 변동 가격제로 나중 단계에 값이 급등했다는 비판 등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000달러인 미국 개막전 입장권에 대해 “경기는 보러 가고 싶지만, 솔직히 나라도 그 돈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파 측 입장은 강경하다.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은 지난 4월 밴쿠버 총회에서 “입장권 요청이 5억건으로 직전 두 대회 합계(5000만건)의 10배”라며 수요가 폭발적이라고 주장했다. 피파 역시 “비싼 표도 있지만 저렴한 표도 있다”며 이미 500만장 넘게 팔렸다고 거들었다.

외신들은 고가 정책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보다 비싸게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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