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이날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의 신뢰와 재무적 안정을 위한 여러분의 협력도 과제로 남기게 되어 안타깝다”며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했다.
박 회장의 퇴진은 지난 2002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17년 만이다. 2009년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채권단의 요구로 회장직에 복귀한 후로는 9년 만이다.
박 회장은 사퇴를 결심하기 직전까지 그룹 회생 작업에 주력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금호고속 지분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옥과 CJ대한통운 주식도 매각했다. 하지만 기내식 ‘노밀’ 대란에 이어 올해 회계감사 논란이 잇따르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박 회장은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MOU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고,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이어 한국의 양대 국적항공사 오너가 이틀새 모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 밀려 불명예 퇴진한 것과 달리 박 회장은 자신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표결하는 주총 하루 전 용퇴를 결단했다. 금호산업 주총에 상장된 박 회장 재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