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원내대표 등 미하원 대표단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이 90세에 가까운 고령임을 감안할 때 위안부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펠로시 대표와 마츠이 의원 등은 여성 인권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펠로시 대표를 비롯해 찰스 랭글, 샌더 레빈, 애나 에슈, 조 로프그렌, 마이크 톰슨, 도리스 마츠이, 댄 킬디, 마크 타카이(이상 민주당) 의원과 마이크 피츠패트릭(공화당) 의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미 하원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오는 29일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 위안부 문제 등 동북아 과거사 사안에 대한 진솔한 반성의 모습이 담겨야 한다는 점을 미하원 대표단에게 간접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대표는 2007년 하원의장 시절 마이클 혼다 의원이 주도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데 상당한 막후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펠로시 대표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하길 희망한다”면서도 “그것(사과 장소)이 (미국) 의회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분명히 해온 만큼 아베 총리가 그것을 연설에서 말할지 말지는 내가 말할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펠로시 대표가 1997년 하원 정보위원들과 함께 남북한을 동시 방문한 점을 고려한 듯 “북핵, 북한 인권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믿는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북핵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큰 안보위협인 동시에 동북아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불안정 요인”이라며 “미얀마의 변화, 미국과 쿠바 간 관계정상화 협의, 이란의 핵협상 진전 속에 북한만이 변화를 외면하고 고립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미 의회가 언제나처럼 동맹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고, 펠로시 대표 등 대표단 일행은 한·미 동맹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명하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과 미하원 대표단은 이밖에도 기후변화, 환경 문제 등에 대한 한·미 공조를 강화하자고 입을 모았다.
한편 6·25 참전용사인 랭글 의원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은 희망, 자유, 평등이 어떤 기적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샌더 레빈 의원과 댄 킬디 의원 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이익 균형에 도움이 되도록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