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최근 국내경제 하방압력 더 커져"…경제전망 수정할까

김경은 기자I 2019.04.01 14:59:0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오찬 기자간담회
"더 완화적으로 가야할 단계 아니다"
"화폐단위 수정 논의할 때가 됐다는 뜻"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경기의 하방 압력이 지난 1월에 비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6%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2월 실물지표를 보면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고, 대외여건변화를 볼 때 하방 리스크가 조금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 및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 1월 한은은 올해 연간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2.7%에서 0.1%포인트 낮춘 것으로 연속해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지 관심을 모은다.

다만 이 총재는 “앞서 1월 발표한 연간 경제성장전망을 바꿔야할 정도인지는 좀 더 봐야할 것”이라며 “그간의 국내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향후 통화정책 운영방향과 관련해서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완화적’으로 가야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의 인하를 검토해야 할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정책결정에 있어 절대적 스탠스는 없다는 차원”이라며 “(이 말을) 기존 스탠스와 다르다고 해석은 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1.75%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측정한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 상황을 비춰볼 때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안정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가이던스(guidance)를 기대 이하 수준으로 발표했다.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일 사이 전문 기관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대체로) 예상을 하면서도, 그 시기가 하반기에서 그 뒤로 자꾸 늦춰지고 회복속도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대두하고 있다. 이런 견해가 나오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을 했다. 한은도 하반기에 통화정책 스탠스를 폴리시믹스(policy-mix) 차원에서 완화적으로 가져갈 수 있나.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있다. 현재의 기준금리 1.75%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정한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이라든가 또 시중 유동성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또한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채권금리 강세가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현재 채권시장의 이러한 반응은 좀 과도한 쏠림이라고 해석하는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장기금리가 하락한데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규모로 매수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인데, 전문기관도 그렇고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대부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과도한 게 아니냐 하는 그런 시각이 많다. 금융시장에서도 거기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최근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조금 더 흐름을 지켜보고, 차후 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4월에 수정경제전망이 있는데, 1월 전망과 달라질까.

-2월중 주요 실물지표의 감소폭이 좀 컸다. 설 연휴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1, 2월을 같이 놓고 보는데, 최근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 그리고 대외여건 변화를 보면 하방 리스크가 좀 더 커진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다만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1월에 성장전망치를 내놨는데 연간 성장전망을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짚어봐야 될 것 같다. 전망 발표할 때 말씀드리겠다.

=우리경제의 구조개혁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시급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에서 핀테크, 빅테크가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거버먼트 페이션스(government patience)’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부의 인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그야말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국회에서 말한 화폐단위 변경이 주목 받고 있다.

=꼭 이 시점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그런 논의가 이루어질 여건이 됐다 뜻에서 말한 것이다. 지금, ‘롸잇 나우(right now)’는 아니다.

=국회에서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질 때는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두겠다”라는 말씀은 기존 스탠스에 대한 입장변화로 시장은 일부 해석하는데…

-기존의 스탠스를 바꿨다든가 후퇴했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인하도 못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스탠스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 말이다. 제 말을 그 전에 앞에 있던 말과 다르다고 해석하지는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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