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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과 ‘쟁점법안 패키지 처리’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입장이 변수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30일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규제혁신법안들을 처리하려 했지만, 일부 법안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비쟁점 법안들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 제외하지만 ICT 비중 높으면 예외
여야는 이날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이같이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을 처리했다. 당초 여당에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며 반발이 나왔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열린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고 여야가 합의처리하기로 했다”고 한 뒤 당내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한도를 34%까지 완화하고, 대주주 자격요건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대주주 자격요건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자산 비중을 감안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시행령 반영 부대의견으로,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을 제외하돼, 기업집단 내 정보통신업 영위 회사의 자산비중이 높아 금융과 정보통신기술 융합 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또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조세법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금융관련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해당 위반 등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면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이날도 인터넷은행 특례법 논의는 진통을 거듭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등의 반발로 소위논의에만 약 2시간이 걸렸다.
결국 지 의원은 소위 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법 형식과 내용의 명료성, 예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가장 중요한 법적 내용을 시행령에 넣는다는 것은 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 역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시행령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고칠 수 있는 것이고 그래 왔다”며 법안을 의결하기 전에 자리를 떴다.
◇홍영표 “재벌 사금고 될 가능성 0%” 강조
홍 원내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재벌 은행’이 등장하거나 재벌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은 0%”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는 원내대표-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나, 대주주 발행채권 취득도 전면 금지했다”며 “인터넷은행은 금융혁신, 금융산업 발전, 소비자 편익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위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와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상가임대차보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화발전특구 관련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으로 아직은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소기업 공동관리 활성화 절차’를 완화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지난달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가로막혀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 관련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상임위 논의가 지지부진해 당장 합의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당은 합의가 일단락된 인터넷은행 특례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처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담보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불가피하게 (합의할) 시간이 되지 못해서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 취지가 충분하게 보장될 수 있는 그런 방안까지도 협의하겠다”며 “특히 원격 의료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반드시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와 갈음하는 그런 입장을 합의문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의료법과 약사법, 국민건강보헙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아 보건의료 분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지난달 21일 대표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