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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채무조정 확대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 처방에 가깝다. 채무조정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 전 단계에서 많은 고령층이 ‘버티기 한계선’을 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이 흐름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속도라면 고령층 부채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일부 금융권에서는 “연체 이전 단계의 고령 차주 관리가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채무를 덜어주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 의료·돌봄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고령층에 맞는 금융 상품과 신용관리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노후’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고령층 부채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위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노후를 둘러싼 금융·복지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은퇴 후 빚더미’는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일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