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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매니지먼트란 연예인의 활동을 전담해 관리하는 일을 뜻한다. ‘활동’, ‘전담’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범위가 넓고 경계가 모호하다. 보통 작품·광고를 컨택해 계약하고, 활동과 관련한 스케줄을 짠 후 현장까지 동행하며 홍보를 하는 것까지 매니지먼트 업무에 속한다.
그러나 ‘리스크’라는 변수가 있다. 배우의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을 시, 작품 활동에도 불똥이 튀는 만큼 사생활 관리까지 매니지먼트에서 전담하는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최근 매니지먼트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런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매니저 경력 15년 차의 B씨는 “연예인의 공사를 구분 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연예인의 술자리에 동석하거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는 일도 사생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수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출연 중인 작품에서 하차하거나 자숙 기간을 갖게 된 일을 언급하며 “사적인 영역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공적인 일에 피해가 오기 때문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사적인 문제로 작품에서 하차하거나 광고 계약이 파기될 경우 책임은 매니지먼트의 공동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줄어들긴 했으나 톱스타들의 집안 일을 매니저가 해주는 일도 많았다. 소위 ‘갑질’로 볼 수 있으나, 외부인이 배우의 집안 일을 했을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생겼던 것을 보면 이 또한 지극히 ‘사적인 일’로만 볼 수 있냐는 의견도 있다. 박나래 뿐만 아니라 아직도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을 전담하는 매니저의 사례도 있다.
연예계 매니저들은 박나래 사태를 두고 “용기를 내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연예인 갑질’로 불리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고 폭로를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라는 이야기다.
매니저 경력 10년 차의 C씨는 “매니저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면 부당한 일을 당해도 폭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누가 연예인에 대한 폭로를 한 매니저를 채용하겠나”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매니지먼트 업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A씨는 “연예계가 화려해 보이지만 매니지먼트의 수익 구조나 업무 등은 보이는 것과 정반대”라며 “특히 배우에게 돌아가는 정산 비용이 큰 만큼 매니지먼트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여기에 업무 환경까지 열악하다고 하면 매니지먼트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열악한 매니지먼트의 수익 구조와 업무 환경 때문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결국엔 에이전시 형태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목소리다. B씨는 “결국 미국의 에이전시 형태로 가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엔터사들이 같은 형태로 바뀌어야 할텐데 개인사업자들이 모인 연예계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바라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