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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전히 가상자산(암호화폐)와 암호화폐를 분리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17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블록체인 관련 시범사업 예산은 214억원이다. 작년(118억원)보다 96억원 증액된 것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시범사업 뿐 아니라 투표, 기부, 신재생에너지 등 5대 분야에 걸쳐 확산 사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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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소규모 시범 적용을 벗어나 1000만명 이상이 직접 투표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추후 분산 신원인증(DID) 기술로 정당한 유권자를 판별해 무효표를 검증하고, 이중투표도 방지한다.
이렇듯 초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예산이 투입되고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블록체인 산업 발전 속도는 빠르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력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기준 국내 블록체인 전문 기업은 3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이제라도 블록체인 기업들을 지원하고, 산업을 육성할 법적 체계가 만들어져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국내에는 아직 블록체인 산업 진흥법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들어 블록체인 산업 진흥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년마다 블록체인산업 진흥에 관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긴 진흥법을 발의했다. 뒤이어 같은당 정희용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 9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블록체인 진흥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암호학을 전공한 이영 의원(디지털정당위원장)은 “태동기를 놓치면 기술 격차를 따라가기 힘든데 우린 연구개발(R&D)이 전부인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선 큰 틀의 규제(진흥법)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를 억누르는 건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서비스 확산을 저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은 “암호화폐를 억제하는 건 블록체인을 분산저장 장치로만 보기 때문”이라며 “블록체인의 목적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육성해 ‘암호 경제(crypto economy)’를 만드는 것이다. 크립토 경제는 탈중앙화 경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하고, 그럴려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보상(암호화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